-삼성으로부터 받은 220여억원 뇌물로 판단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책 대통령 관여”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61) 씨의 국정농단 공범(共犯)으로 지목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내 ‘한 번도 사익이나 특정인의 이익 추구를 돕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검찰에 이어 특검도 박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포착했다.
특검팀이 찾아낸 박 대통령의 혐의는 총 5가지다. 삼성으로부터 433억원 대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ㆍ제3자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ㆍ강요), 문체부 관계자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ㆍ강요)와 최 씨 측근인 이상화 하나은행 지점장이 글로벌영업본부장으로 고속 승진하는데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받은 뇌물을 두 갈래로 나눠 봤다. 우선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삼성그룹에게 받은 220억여 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최 씨와 박 대통령이 재단을 공동운영했다며 두 사람을 공범으로 결론내렸다. 최 씨에게 재단을 공동운영하자는 제안을 받은 박 대통령이 그룹 총수에 지원을 요청하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지시했다고 특검팀은 파악했다. 재단 운영과정에서 최 씨는 ‘회장님’으로 불리며 사업 방향을 결정했고, 대통령은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해외순방에 재단관계자가 동행토록 했다.
특검팀은 최 씨의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에 삼성이 지원한 78억여 원도 뇌물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법원에 제출한 최 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가 대통령에게 ‘삼성으로부터 승마 관련 지원을 받아달라’고 요청하자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독대하며 이를 요구했다.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필요한 민원을 청탁하고 최 씨 일가와 재단에 거액을 냈다고 특검팀은 보고있다.
또 정부에 비판적 성향을 가진 문화예술인들의 명단을 만들고 지원에서 배제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책에도 대통령이 깊숙이 연루됐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특검 수사결과 블랙리스트 활용에 미온적인 문체부 실장 세 명의 사표를 강요한 과정에도 박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 딸 정유라(21) 씨가 승마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대한승마협회 감사 후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이 ‘최 씨 측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참 나쁜 사람”이라며 이들의 사직을 강요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최 씨 측근 이상화 하나은행 지점장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도록 하나금융그룹을 압박한 혐의도 추가했다. ‘최 씨 요청→ 박 대통령→ 안 전 수석→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하나금융그룹회장’ 식으로 승진 요청이 전달됐다. 하나금융그룹 측이 이상화 지점장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키지 않자, 안 전 수석은 전화로 “당장 승진시키세요. 지금 내 이득을 위해서 합니까.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갑니까”라고 화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외교부에서 건의한 미얀마 대사와 코이카 이사장 후보를 제치고 최 씨가 추천한 후보를 각각 대사와 이사장으로 임명한 사실도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은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와 표적수사”라며 반발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문화 체육과 관련된 재단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니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 승마협회지원이 미흡하고 임원들의 열의가 부족하므로 이를 교체하고, 정유라를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말한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 어떤 지시를 내린적도 없고 보고 받은 사실도 없다”며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표를 받으라거나 노태강 국장을 면직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