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진희 기자] 배우 김기두가 공휴일이었던 지난 1일 시청자의 눈물을 쏙 뺐다. 김기두는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 이동욱의 동료로 출연해 감초 같은 연기를 보여 준 인물이다. 그가 ‘라디오스타’ 초대석에 앉았다. 김기두는 예의 고생담을 털어놨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친 배우들이 늘상 그렇듯 김기두의 고생담도 시청자를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사람살이가 늘 그렇듯, 누군가의 순탄치 않은 인생길은 나의 위로가 되지 않나. 김기두의 이야기는 따뜻했다. 대학시절 등록금을 낼 수 없을 만큼 어려웠던 가정형편, 어머니 공장 동료들의 십시일반…거기까지야 흔치는 않아도 종종 들을 법한 이야기지다. 하지만 모자(母子)는 시간이 흘러도 잊혀 지지 않는 서로의 모습을 공유했다. 아들은 “어둠 속에서 등록금을 들고 뛰어오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을 감아도 선하다”고 이야기 했고, 그 어머니는 다 꺼진 불빛 밑에, 빛을 받아 초라하게 앉아 있던 아들의 모습을 기억했다.이야기를 하던 김기두의 눈에서 습관 같은 눈물이 무심하게 흘렀고, 듣고 있던 한채아와 강예원도 눈물을 훔쳤다. 눈물은 따뜻했다. 듣는 이들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흘러 내렸다. 우리에게는 이토록 따뜻한 살 냄새를 풍기는 가족이 있기에 고독하더라도 밀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 원초적인 위로조차 파괴한 영화가 극장가에 걸렸다. 혹시 공휴일이었던 이날 이 영화 ‘싱글라이더’를 본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 ‘라디오스타’를 봤다면 잠시 차가워졌던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림을 느꼈을지 모를 일이다. 영화 ‘싱글라이더’가 고독을 곱씹게 하는 요즘이다. 제목 탓인지 ‘싱글라이더’ 관객 중에는 유독 혼족(혼자족)이 많이 섞여 있는 듯하다. 아내와 아들이 있지만 고독한 남자 재훈(이병헌)은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2년 동안이나 궁금해 하지 않았던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로 날아간다. 그 곳에서 목도한 풍광은 재훈이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가족이라는 기둥마저 송두리째 뽑았다. ‘싱글라이더’는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인간의 고독을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끄집어내는 이야기다. 영화 자체가 주는 스토리보다 관객 개개인의 스토리, 즉 영화를 본 후에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재훈이라는 인물의 지독한 고독을 관객 개개인의 삶에 반추시킨다. 그리하여 관객들 또한 지독히 고독해지는. 재훈에게도 김기두의 어머니 같은 어머니가 있었을 것이다. 그가 아내와 아들이 아닌 어머니를 찾았다면 영화가 주는 온도는 좀 달랐을까. 재훈이라는 인물이 그토록 쓸쓸하게 타스마니아 섬으로 떠나지 않았다면 꼭 들려주고 싶었던 김기두의 이야기. 고독을 씻어줄 유일한 곳을 알려주고 싶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못 본 그 꽃고은 -그꽃-‘싱글라이더’ 첫 장면에는 고은의 시 ‘그꽃’이 흐른다. 그리고 그토록 치열하게 살았을 재훈의 삶을 이 세 줄의 시로 함축한 셈이다. 재훈이 좀 더 스스로를 방어했더라면 어땠을까. 작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조언했다.“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란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하고 조져대지 말아 달리.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나는 밥법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