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이템 기획부터 제작까지 6개월에서 최장 1년의 공을 들이는 이른바 방송사의 ‘한 해 농사’가 결전의 날을 맞았다. ‘단 하루의 승부’로 성패가 갈리는 지상파 3사와 약진의 JTBC가 6.4지방선거방송을 동시에 시작했다.
4일 오전 9시경, 각 방송사는 일제히 선거방송 체제로 돌입했다.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선 시간대별 뉴스와 하단 자막을 통해 투표현황을 전하고 있지만, 이날 투표를 마감하는 오후 6시가 되면 각사는 개표방송 체제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승부를 시작한다.
지상파 방송사의 선거방송기획단 관계자들은 “선거방송은 방송사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특집 형태로 움직인다. 선거방송기획단이 조직되고, 보도국 전원이 투입해 각사마다 차이는 있을 지라도 평균 6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을 갖는다”며 “각 방송사의 컴퓨터 그래픽 등 각종 기술력과 인적 아이디어가 총동원되는 이벤트다. 하루동안 시청률 싸움을 하는 만큼 누구라도 지는 결과가 달갑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스포츠 이벤트 못지 않은 ‘중요한 모멘텀’이 바로 선거방송인 셈이다. 심지어 제작비도 막대하다. 한 관계자는 “세트 제작부터 CG, 여론조사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하고 “많은 인력과 돈에 비해 눈으로 보이는 수입은 적은 소모적인 방송”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때문에 각사는 저마다 치열한 전략을 세웠다. 동일한 지표, 딱딱한 숫자를 얼마나 화려하고 흥미로운 볼거리로 보여주느냐, 실시간 투표동향을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여주느냐, 시청자와 얼마나 소통하느냐도 관건이다.
▶ MBC, “당선자 예측, 가장 빠르다”=‘선택2014’라는 타이틀로 ‘쉽고 재미있는 선거방송’을 앞세운 MBC는 절치부심했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파업 여파로 제대로 된 승부를 보지 못했던 MBC는 이번 선거방송에 자사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재미와 정보를 갖춘 개표방송”을 기획했다.
일단 투ㆍ개표 현황엔 무려 17대의 헬리캠(공중촬영 도구)이 동원됐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전경과 전국 명소를 배경으로 투표·개표 현황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정연국 MBC 선거방송기획단장은 “지방선거인 만큼 지역성을 살려, 그 지역의 랜드마크와 명물을 촬영했다. 실사 위에 정보를 얹는 방식이다. 그 지역의 자긍심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에 더해진 마술은 MBC의 또 다른 자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신기술과 이은결의 마술 장면을 결합, 기술과 마술을 오가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MBC의 기술과 이은결의 마술을 구별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개표방송의 재미 못지 않게 MBC가 앞세우는 비장의 무기는 속도다. 한 마음으로 소중한 한 표를 던진 시청자의 입장에선 현재의 투표동향과 당선자 예측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MBC는 이에 자사의 ‘윈윈 시스템’을 통해 선거상황을 데이터로 구축하고 추출하는 개표 예측 시스템을 가동한다.
정연국 단장은 “데이터 시스템이 엄격하게 구축돼있다”며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통계를 자세하게 보여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선거방송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자신감에는 ‘확률 통계’를 적용한 데이터 분석이 자리했다. 선거방송기획단 전재호 차장은 “이번 선거방송을 통해 과거 있던 분석법을 업그레이드해 새롭게 마련했다. 수리 연산을 활용한 MBC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의 장점은 신속하고 정확하다는 점”이라며 “선거방송 사상 가장 빠른 당선자 예측이 가능하다. 타사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MBC ‘선택2014’는 이정민 박상권 앵커의 진행으로 오후 4시 개표방송을 시작한다.
▶ SBS, 2012년의 영광을 한 번 더?=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선보였던 SBS의 ‘국민의 선택’은 ‘개표방송’의 혁명이었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그래픽에 자사 예능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한 흥미진진한 CG, 투표인단의 지역별 정치성향 분석까지 꼼꼼하게 준비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안았다. 시청률을 떠나 대중이 선택한 선거방송이었다.
이번에도 SBS는 자사의 총역량을 투입했다. 지루하지 않은 ‘숫자 분석’은 기본이고, 생생한 컴퓨터 그래픽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모토로 삼은 것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서 벗어난 시청자와 함께 하는 선거방송”이다.
일단 SBS는 지난 총선 당시 선보였던 ‘테마 바이폰’을 다수 제작, 투표 당일 오전 7시부터 하단 바이폰을 전면 운행하고, 메인 바이폰은 광역단체장 중심으로 교육감, 화제 후보 관심지역을 조명한다.
SBS 개표방송을 찾은 특별한 손님들도 있다. 젊은 여야 정치인인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정은혜 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이다. 두 사람은 ‘이준석, 정은혜의 선거수다’ 코너를 통해 SNS를 활용한 토론을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온라인 댓글을 실시간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정 전 부대변인은 “SNS 토론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 공중파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모험이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고 생각하고, 대박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서 각오를 전했다.
오후 4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SBS ‘2014 국민의 선택’ 6.4 지방선거방송에는 김성준, 박선영 SBS ‘8뉴스’ 간판 앵커가 투입된다.
▶ ‘복병’ JTBC “결과의 의미”에 집중=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 이후 지상파 3사를 제치고 가장 신뢰받는 방송사 1위에 이름을 올린 JTBC는 이번 선거방송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손석희 앵커의 진행으로 오후 5시 시작될 6.4 지방선거 개표방송은 ‘2014 우리의 선택’이라는 타이틀로 시청자와 만난다.
JTBC는 ”손 앵커는 오후 5시부터 ‘2014 우리의 선택’ 1부 진행을 맡아 두 시간 동안 전국의 투개표 현황과 선거 판세 등을 전할 예정이다“며 ”냉철한 분석과 공정한 시선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개표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단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6시에‘JTBC 예측조사’ 결과가 발표한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과 경기, 인천, 부산의 선거 결과를 개표 전에 예측, 분석한다.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선거 여론조사로는 처음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전화조사 방식을 함께 사용했다. 젊은 층의 참여가 저조한 기존 전화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40대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오병상 보도총괄은 “후보 당락이나 승패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시청자의 관점에서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2014 우리의 선택’은 총 3부로 구성돼 밤 1시까지 진행된다. 성문규, 박성태, 이지은, 김소현 등 JTBC 간판 앵커가 총출동할 예정이다.
▶ KBS, 총파업 여파…개표방송은 시작하지만=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촉발된 KBS의 보도 독립성, 공정성 논란이 청와대 외압설로 확대되며 양대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7일째가 된 선거방송 당일에도 KBS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직원의 80%에 달하는 노조원이 총파업에 참여한 KBS도 이미 지난 2월부터 선거방송을 준비해왔지만, 현재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달 30일 국민 알권리와 KBS 공적책무 수행을 위해 KBS 양대노조인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방선거 개표방송에 적정 규모의 제작인력을 투입한다고 밝혔으나, 이후에도 사태는 급변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양대 노조는 향후 개표방송 제작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방송 제작에 참여하고, 기타 투표현장 취재·제작, 중계차 참여는 거부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보직을 내려놨던 보도본부 간부들이 지방총국의 평기자로 발령되는 인사 논란에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파업이 계속되고 보복 인사가 나온 상황에서 개표방송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럴지라도 KBS 역시 개표방송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6.4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일 빚어진 사고는 KBS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날 KBS에선 내부적으로 실시한 가상 출구조사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KBS의 지방선거 홈페이지와 연동된 포털사이트에는 17개 광역단체장에 대한 지상파 3사의 가상 출구조사 결과와 함께 당선자 사진이 게재됐다. 서울과 인천은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와 송영길 후보, 부산과 대구는 새누리당 서병수·권영진 후보, 광주는 무소속 강운태 후보가 득표율과 함께 당선자로 등장했다.
KBS 측은 “선거 당일 오후 6시에 발표되는 실제 출구조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홈페이지 내부 테스트용 가상 수치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경찰 수사 의뢰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선거 전날 빚어진 사고에 사태의 파문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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