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며 취임한지 한달 정도 됐다. 트럼프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때 마다 세계 경제는 일파만파 요동쳤고,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정권이 밝힌 방침이나 정책 중에서 일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미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식적으로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이하 NAFTA)에 대한 재교섭 방침 ▶미국산 자동차가 일본에서 잘 팔리지 않는 점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독일, 중국, 일본 등 주요 대미 흑자국들이 자국통화 평가절하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한 점 등 4가지다.
트럼프 정부의 대일본 통상 압력에 대해 일본 정재계는 일단 맞대응을 피하며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다. 지난 달 28일,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고용과 투자 면에서 미국에 공헌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일본 자동차의 맹주 도요타는 향후 5년간 미국에서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혼다는 GM과 합작으로 8500만 달러를 출자하여 미국에 연료전지차용 부품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권의 공세가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일본 정재계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까? TPP와 관련해 아베 정부는 여전히 미국 정부로부터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하지만, 내심으로는 TPP가 물 건너 갔다고 보고 미-일간 통상교섭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양국 간 통상교섭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예측이 어렵지만, 일본 측은 자동차 분야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도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689억달러 중에서 자동차 관련 분야 흑자가 526억달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일본이 미국 수입차에 이미 0%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비관세 장벽 제거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예상 된다.
또 다른 사안으로는 NAFTA 재교섭 건이다. 일본은 북미 시장 수출을 위해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왔다. 특히 자동차ㆍ부품업계 진출이 활발한데 닛산, 혼다 등 일본 완성차 4사의 멕시코 내 연간 생산 능력은 146만대에 달한다. 이들 완성차를 따라 진출한 부품업체도 지난해 3월 기준 109개사나 된다. 미국은 재협상 안건으로 무관세인 관세 제도의 재검토, 원산지 규정 강화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엔화 평가절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이 당장 액션을 취한다기 보다는 엄포용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엔화 환율 수준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등장 이후 세계는 문자 그대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정권이 손볼(?) 국가 리스트에 올린 나라 중 일본을 처음으로 부른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미국의 예봉을 용케 피한 것으로 보이나, 향후 양국간 고위급 경제회의를 신설하고 여기서 민감한 통상현안을 다룬다고 하니 통상마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트럼프 정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처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ri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