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딘 경제 회복이 전 세계적으로 배타적 성향의 민족주의ㆍ국수주를 확산시키고, 국가 간 무력 충돌까지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누리엘 루비니<사진> 뉴욕대 교수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후퇴가 ‘제2의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한 보호주의적 경제정책들이 반(反) 세계화 움직임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닥터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각국이 금융위기 직후 보호주의 정책들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빠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느린 경기 회복 속도 때문에 글로벌 경제가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 문제가 심화되면서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보호주의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신(新)민족주의’ 혹은 ‘신국가주의’라고 규정하고, 이것이 경제적ㆍ정치적 형태의 다양한 문제들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무역장벽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대한 반동 ▷국내 기업과 노동자 선호 ▷반이민 정책 ▷국가자본주의 ▷자원 민족주의 같은 경제적 문제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반세계화 ▷반이민 ▷극단적 종교정당 득세 등 정치와 경제ㆍ사회적 문제가 그것이다.
이중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급격한 우경화와 그에 따른 반세계화 현상으로 지적됐다.
루비니 교수는 “노동계층과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이 가장 심각한 유럽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선 포퓰리즘 정당들이 지난주 유럽의회 선거에서 주류 정당들을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면서 “소득과 일자리가 빨리 늘지 않으면, 이들 정당이 반유럽연합(EU) 정서를 부추겨 유럽의 통합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으로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에서 전제정권이 들어섰던 것과 유사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당시 유럽과 아시아의 독재체제 강화는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티파티’ 등 공화당 내 극우세력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러시아와 동유럽, 아시아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과거 소련을 재창조한 ‘유라시아 연합’ 구상 실현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이는 국가주도적 경제성장 모델을 바탕으로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루비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 아시아에선 “중국, 일본, 한국, 인도에서 민족주의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았다”면서 이들 정권이 경제성장에 실패하게 되면 “민족주의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이 심화될 뿐 아니라 군사 충돌까지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루비니 교수는 “최근 일고 있는 무역 및 세계화에 대한 반발 움직임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 지 예상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