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산업 회계기준 강화 신호탄 미청구ㆍ잠재손실 선제적 반영 신용하락→조달비용 상승 우려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대우건설이 지난해 4분기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빅배스’를 단행하면서 건설업계에 후폭풍의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금융당국과 회계법인들이 대우건설에 적용된 엄격한 기준을 다른 건설사에도 적용할 경우 실적악화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에따라 각종 공사관련 금융비용도 상승하는 악순환 우려가 있다.
10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대우건설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낮추고,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4분기 진행 해외프로젝트 원가율 상승 및 자산ㆍ채권 손상차손 인식에 따른 대규모 손실로 회사의 사업 및 재무안정성이 저하되었음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나신평은 특히 최근 10년 내 2010년의 7490억원, 2013년의 7436억원의 2차례 대규모 손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재차 어닝쇼크(Earning Shock)가 발생해 회사의 공사기간ㆍ원가관리능력 등 본원적인 사업경쟁력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분기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은 대우건설이 이번 빅배스로 ‘적정’ 감사의견을 받는다면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신용등급 저하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의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부담이 대우건설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있다. 이번에 대우건설이 해외 건설 현장에 대해 적용한 회계기준은 최근 금융당국과 회계법인들이 수주산업을 바라보는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타 대형건설사들로 또한 앞으로 이런 기준에서 예외가 되기 힘들어졌다.
대우건설은 사우디 자잔 플랜트 현장과 알제리 RDPP 현장에서 각각 4500억원과 1100억원의 자산을 손실비용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이들 현장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1789억원과 522억원에 불과했다. 지반침하로 공기가 지연된 카타르고속도로 현장 또한 미청구공사금액은 839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1579억원의 손실비용으로 처리됐다.
이런 회계 처리가 가능했던 건 단순히 공사를 진행하고 받지 못한 매출 채권(미청구공사) 뿐 아니라 공기 지연에 따라 올라간 원가 등을 기준으로 추후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발생이 예측 가능한 손실까지도 미리 비용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원가율 재조정에 따른 손실 분은 1차적으로 미청구공사와 상계됐고, 나머지 금액은 공사손실충당금을 계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2016년말 미청구공사는 1조3163억원으로 2016년 9월말 2조158억원 대비 6995억원이나 줄었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통해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대금과 공사원가 추정치 등 관련 회계자료를 넘겨받아 현대건설에 대한 회계감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대금은 3조원을 훌쩍 넘으며 업계 최고를 기록 중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해외 공사 현장을 다수 보유한 주요 건설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청구공사 금액은 8조35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설경기 회복이 더디고 산업전망 또한 낙관적이지 않은 만큼, 건설업계에 대한 회계감리는 보다 더 엄격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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