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간 암암리에 정부 지원으로부터 배척 당해온 영화계 인사들이 관련 인물에 대한 사퇴 및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가칭)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퇴 및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영화인 1,052인 선언문을 발표했다.이들은 선언문에서 ▲영화진흥사업을 편법으로 운영한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즉각 사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정치적으로 탄압한 서병수 부산시장 즉각 사퇴▲영진위와 부산시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 실시▲김세훈 위원장, 서병수 시장에 대한 구속 수사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영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영화계가 이처럼 반발한 이유는 그간 실체 없이 막연한 의혹만 남아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치들이 '블랙리스트'에 다른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는 "영화인들의 자존시을 이 정권이 깡그리 뭉갰기 때문에 행동에 나섰다. 영화인들이 최소한 가져야 할 자존심을 뭉갠 것이다"며 단체 행동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영화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 예산이 14억에서 8억으로 삭감된 이유가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이었으며, 영화 '다이빙벨'의 배급사 시네마달은 이후 모든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다. 또 영진위는 '다이빙벨'을 상영한 극장을 탄압하기 위해 예술영화관 지원사업을 편법 경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와 관련한 주장들이 연이어 쏟아졌다.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으나 상영을 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아 이후 경찰과 검찰 조사까지 받았던 영화 '불안한 외출'의 김철민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말도 안되는 일이 정부 최고위층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 본업이지만 이런 일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영화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라는 작품을 만들고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를 받아 5년 소송 끝에 개봉에 성공한 김선 감독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목이 참수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를 문제 삼아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며 "처음엔 내가 농담이 과했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정권에 반하는 발언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는 걸 알면서 상식이 벗어난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 이전부터 존재했던 '블랙리스트'

고영재 위원장은 이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봐달라고 강조했다. 먼저 블랙리스트가 세월호 이전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영재 위원장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영화 '광해' '변호인'을 통한 억압이 있었다"며 "특히 모태펀드를 통한 억압이 있었다. 세월호 이후 본격화했고 일부 극장들이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고 밝혔다.'천안함 프로젝트'의 백승우 감독은 "제 영화가 처음 다양성 부문 1위를 하던 날 상영관이 늘 거라는 말에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가고 있었다"며 "그런데 그날 갑자기 영하를 전부 다 내린다는 얘기가 들렸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화가 나려면 상황이 이해가 가야 하는데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가장 수준이 낮은 게 정치 집단이다. 우리가 보통 삼류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다"며 "제일 못 하는 사람들이 제일 잘 하는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기분 나쁘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한국 영화감독 조합의 부대표를 맡고 있는 류승완 감독은 "우리 영화인들, 특히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인데 그걸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저 역시 블랙리스트가 최근 몇 년간의 일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다. 2010년 '부당거래'로 해외 영화제를 나갔을 때 담당 프로그래며들이 곤란을 겪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류 감독은 이어 "(블랙리스트는) 자유를 억업하는 거다. 헌법에 위배되는 거다. 우리의 기본 주권을 빼앗아 가려는 큰 죄다"라며 "학교에서 아이들 왕따시키는 것도 큰 일인데 이건 국가가 우리를 왕따시키는 거다. 이번 사태를 그냥 지나친다면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사태가 벌어질 거다.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질 분들은 책임을 지고 사법적 처벌도 받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한편,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르면 오늘(7일)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또 특검은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과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박 대통령 대면조사 때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에 대해서도 따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