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있지만 임금체불에 허덕이는 건설근로자에게는 설이 반갑지만은 않다.특히, 체불의 절반이 넘는 57%가 도로공사, LH, 철도시설공단, 국토관리청 등 믿었던 공공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정부가 법만 지켰어도 체불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게다가 체불임금 보전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의 지급보증제도는 있으나 마나해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25일 건설노조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두고 건설기계 현장 체불이 속출하면서 건설기계 체불은 총 62건, 29억8000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46건, 17억원이 도로공사, LH, 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부산국토관리청, 익산국토관리청 등과 각종 지자체 발주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공공공사 체불로 집계됐다. 전체 체불금액의 57%가 공공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건설노조는 소속 2만 건설기계 노동자들 중 악성 체불 현황을 집계한 것으로 40만 건설기계 현장으로 보면 더욱 큰 수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23일 1800여개 현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93억원의 대금 체불을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철도시설공단의 경우 공사대금관리시스템을 적용해 체불이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지다. 하지만 건설노조측은 자체 집계한 자료엔 철도시설공단을 비롯한 공공공사현장 체불 현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체불임금 보전을 위한 법과 제도는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체불 지급보증제도가 있지만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보증금액은 지급보증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체불이 발생한 금액으로서 최대 4개월분이 보장된다. 또한 발주자가 실시간으로 임대료(임금) 지급 현황을 파악할 의무가 주어져 있다.

그럼에도 건설노조에 따르면 대체로 건설기계 현장에선 지급보증제도가 적용돼 있지 않다. 국토부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임대료 지급보증서 발급율이 2014년에는 21.6%였던 게 2015년 91.7%로 큰 폭으로 상승해 거의 정착됐다고 발표했지만 각 현장별로 일부 건설기계 노동자만 최소금액인 200만원으로 지급보증서를 끊고 마치 전체 현장에 적용하는 것처럼 하는 요식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건설노조측의 주장이다. 건설노조가 집계한 체불 중 80% 이상의 경우가 현장에서 지급보증서를 발급하지 않고, 다단계 하도급구조에서 임대료(임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체불로 이어진 경우였다.

또 다른 방법으로 건설산업기본법을 준용해 임대료(임금) 지급을 2회 이상 지체한 경우 발주자에게 임대료(임금)를 직접지급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이 법을 근거로 직접 지급을 요구하면 “일 하기 싫으면 다른 현장 가라”식의 대답이 돌아오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제도만으로는 수백억에 달하는 임대료(임금) 체불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건설노조 총파업 당시 교섭을 통해 “임대료(임금)와 공사대금을 분리해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대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 건설노조 이영철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법만 지켰어도 건설노동자는 체불고통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건설사가 임대료(임금)를 매달 직접 지급하도록 해야 체불이 원천적으로 방지되고 체불 때문에 설 명절을 앞두고 고개숙인 가장이 되거나 가정이 파탄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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