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일 17개국 정상 회동…우크라 사태 ‘화해’모색하거나 푸틴 집단 성토장 될수도

내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4년, 유럽 뿐 아니라 세계의 운명을 뒤바꾼 역사적인 사건을 기념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오랜만에 세계 17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회동하기 때문이다.

▶제2의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연합군은 진격을 거듭했고 이듬해 4월 미군과 소련군이 독일 엘베강의 토르가우에서 만나 감격적인 악수를 나눴다. 디-데이 이후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고 서쪽에서 진격하던 미군과, 동쪽에서 독일군을 몰아붙이던 소련군이 전쟁 종식을 위해 하나가 된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자칫 반쪽짜리 행사가 될 뻔 했던 이번 70주년 기념식에서 극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연 것은 주최국인 프랑스였다. 푸틴이 5~6일 프랑스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냉각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에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

이 때문에 2차대전 당시 ‘사상 최대의 작전’으로 불리며 유럽의 운명을 바꿨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기적이 70년만에 재현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번 행사에 참석할 예정인 오바마 대통령 등 서방 정상들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도 푸틴 대통령이 방문 첫날인 5일 저녁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비공식 양자 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포함한 국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크렘린궁은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방문 이튿날에는 프랑스 북서부 도시 도빌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기념식에는 프랑스와 러시아 대통령 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메르켈 독일 총리,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등 총 17개국 정상들과 현존하는 참전 용사 약 30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푸틴 집단 성토장’ 우려도=그러나 자칫 푸틴 대통령에겐 가시방석에 앉은 일정이 될 수도 있다. 서방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독일 일간 빌트지는 서방국들이 항의 표시로 푸틴을 무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크림반도 합병서방과 러시아의 가교 역할을 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28일 베를린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1차 대전 발발 10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 행사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영토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전후 유럽 질서의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약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무엇인가를 마음대로 취한다면 믿을 수 없는 재앙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기념식에서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앉거나 사진찍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주최측인 프랑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태의 장본인인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자를 행사에 초청하면서 호의보다는 적대적 분위기에 둘러싸이게 됐다.

자칫 화해의 장이 아닌 긴장과 갈등의 자리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유럽이 평화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푸틴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푸틴이 자신을 낮추고 얼마나 대화의 의지를 보이느냐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초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계기로 러시아와 서방 국가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에 모종의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 왔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