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내가 미국으로 되찾아온 모든 일자리, 미국으로 되돌린 모든 자동차 공장, 협상을 통해 깎은 군수물자 비용 등으로 인해 여러분은 ‘대박’(big stuff)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다.

미국 내 일자리 우선, 기업활동 촉진, 미국의 이익 우선으로 압축되는 트럼프노믹스의 3대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이에 화답하는 글로벌 기업인들의 발길도 연일 바쁘다.

IT업계 거물인 마윈과 손정의가 당선 직후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에게 각각 100만개의 일자리, 500억 달러와 5만개 일자리를 약속했다.

또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아닌 미국에 새 공장을 만들거나 기존 공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리어도 멕시코 공장 이전을 철회했고, 아마존은 새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언급했다.

트럼프에 저항하는 일부 소신있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다.

독일의 BMW가 대표적이다.

멕시코 신설 공장과 관련, 트럼프로부터 35%의 국경세 위협을 받고 있는 BMW는 “미국에 이미 40만대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공장이 있고, 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억울한 눈빛을 보냈지만, 주가 하락은 막지 못했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이런 기조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당면 과제다. 중국이나 아세안, 인도 같은 신흥시장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구매력 기준 채 1만달러에도 못 미치는 이들과 달러의 힘을 앞세워 고급 자동차와 TV, 스마트폰을 매년 수십만대에서 수천만대 씩 사주는 미국 시장은 양과 질 모두 비교조차 힘들다.

이에 우리기업들도 발빠르게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정진행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사장은 31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 5년간 미국에 투자한 21억달러보다도 50% 이상 큰 금액이다.

“친환경 및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기술 개발과 관련한 R&D 투자 확대와, 기존 생산 시설에서 새로운 차종을 만들고 또 환경 개선 투자 등을 위해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

또 현대차의 앨라배마주 공장, 기아차의 조지아주 공장에 이어 미국 내 제3 공장 신설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트럼프가 딱 원하는 화답이다.

미국에서 매년 수천만대의 스마트폰과 수백만대의 고급 TV, 그리고 세탁기와 냉장고를 팔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미국 투자 계획을 속속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인수한 현지 빌트인 가전 업체 데이코의 공장 확장을 추진중이다. 심지어 동남아에 있는 데이코 생산라인 일부도 미국으로 옮겨올 심산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미국 가전제품 생산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80% 정도가 정리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중 생산 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SK와 GS, 한화 등 에너지ㆍ화학 기업들도 미국산 원유와 가스 조달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우리기업들의 트럼프를 향한 구애는, 정작 특검 수사와 정치권의 대기업 규제에 손발이 묶여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선 확정과 동시에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와 악수하고 투자계획으로 화답한 외국 기업 CEO들과 달리, 우리 기업인들 상당수는 특검수사 등 국내 현안에 손발이 꽁꽁 묶인 신세여서 미국땅 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로부터 외국 회사 CEO로는 유일하게 초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팀쿡, 엘런 머스크, 제브 베저스, 에릭 슈밋 등 내노라 하는 글로벌 IT 기업 대표들과 함께 트럼프와 마주앉아 세계 시장의 흐름을 논의할 좋은 기회였지만, 특검의 출국 금지 조치에 결국 떠나지 못했다.

그나마 미국 공화당 및 보수 인사들과 오랜 기간 끈끈한 인맥을 쌓은 덕에 대통령 취임식에 국내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은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 문제로 끝내 참석을 포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이라도 미국으로 달려가 신 보호무역주의로 상징되는 큰 변화를 예고한 트럼프를 만나 무역과 통상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할 대통령과 정치권, 그리고 관료 조직이 모두 국내 현안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또 다른 경제 외교 라인인 민간 기업인들까지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견제라는 새 정책 기조를 기회로 살리지는 못할 지언정, 힘들게 닦아 놓은 미국 내 우리 기업들의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는 처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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