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연말 정치후원금 모금 시즌을 맞은 여의도. 특히 국회의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정치후원금을 호소하는 자료로 그득하다. 그러나 후원금 양극화 현상은 피하기 어렵고 의원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은 곧 비수로 돌변해 누군가의 가슴팍에 꽂혔다.
이를 견디다 못한 한 사람은 지난 15일 익명의 힘을 빌려 “의원님…후원금이 많이 안 걷히는 건 보좌진 탓이 아닙니다. 의원님께서 인기가 없는 탓입니다”라는 글을 대나무숲에 털어놓고 갔다.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개설된 ‘대한민국 국회 대나무숲’은 화려한 여의도 정치를 떠받치는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사무처ㆍ정당 관계자들의 한(恨) 서린 ‘독한 혀’들로 가득했다. 지난 2012년 트위터의 ‘대나무숲’이 페이스북으로도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개설된 지 11일째인 22일까지 대나무숲의 ‘좋아요’는 386개에 달하고 ‘27번째 외침’까지 왔다.
슈퍼갑인 국회의원을 모셔온 피곤한 영혼들은 이곳에서나마 국회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특히 고용 불안과 노동 착취에 시달리는 보좌진들의 토로가 주를 이룬다.
“자기 직원들 월급은 시급도 안 되게 주고, 야근은 물론 주말 출근까지 당연하게 여기는 의원님들이 최저임금 인상하라니 어쩌니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니 어쩌니 말씀하시는 것 보면 참 웃겨요”라며 보좌진의 ‘열정페이’를 고발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국회인턴 생활…늘 불안한 일상,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까? 내년에도 재계약 해주실까?”라며 을(乙)을 넘어 병(丙)이라는 인턴들의 위태로운 생활이 묻어나는 글도 있다.
이외에도 “나도 겉으로가 아니라 마음속까지 깊이 존경할 수 있는 영감이랑 일하고 싶다”, “보좌진들이 며칠씩 밤새서 만든 질의서는 읽어보시라고 드리면 읽지도 않고, 질의 코앞에 와서야 이건 뭐고 저건 뭐냐 물어보고, 당연히 모르는 내용이니 이해도 못 하고 그제야 어렵다고 화내고…배지가 아깝다” 등 의원과의 관계에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나무숲은 무거운 주제로 우울함만을 뿜어내는 곳은 아니다. 청춘들이 모여 있는 만큼, 남녀 관계와 관련된 은밀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국회는 사랑을 싣고도 아니고 사내 연애 커플 왜 이렇게 많음…아 다 죽었으면…”, “계단실에서 애정행각좀 하지 마라. 안 들릴 것 같지? 다 들려”, “회관 5층에 있는 어떤 의원실 비서님, 진짜 너무너무 예쁘신데 말을 못 걸어서 안타까웠어요. 마주칠 때마다 얼음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등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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