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대표적인 외투유치제도인 ‘텍스룰링(Tax ruling)’을 둘러싼 벨기에 당국과 EU 집행위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2005년 도입된 텍스룰링은 납세의무자와 세무당국 간 향후 납세대상 소득과 그에 적용될 세제를 미리 협의하는 제도다. 해외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미래에 발생되는 비용 및 수익을 사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다국적기업을 위한 특혜논란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2016년 1월, EU 집행위는 텍스룰링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벨기에 당국에 35개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미납된 7억 유로를 추징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벨기에는 다국적기업의 이윤을 일반 독립기업(stand-alone company)의 가상적 이윤과 비교하고, 가상이윤을 제외한 차액에 대해서만 비과세를 적용해왔다. 즉, 동일한 기업 환경을 가정했을 때 다국적기업 이윤이 일반 독립기업의 이윤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한해서는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일례로, 다국적기업 A의 벨기에 내 총 이윤을 1000만 유로로 가정하고, 독립기업의 평균이윤을 산출한 금액이 400만 유로로 추정되면 정부는 A사의 과세소득 기준을 400만 유로만 보고 평균기준에서 초과되는 나머지 600만 유로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했다.

EU 집행위는 다국적기업들이 이 같은 벨기에 당국의 조세 특혜제도를 악용해 타국에서 발생한 이익자본을 벨기에로 이동시켜 신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50~90%가량의 납세부담을 회피해 온 것을 확인했다.

벨기에가 이 제도를 통해 유치한 다국적 기업으로는 바스프(BASF), 아틀라스콥코(Atlas Copco), 오메가 팔마(Omega Pharma) 등 총 35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에 적용된 세제특혜 규모는 무려 20억 유로로, EU 집행위는 이들 기업의 초과이윤 총액에서 벨기에 당국이 추징해야 할 과세액으로 총 7억 유로를 산정했다. EU 집행위 경쟁총국 위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는 이 제도를 기업 투자유치제도가 아닌 ‘다국적 기업’에게만 특혜를 주는 불공정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벨기에 정부는 EU집행위 결정 이행을 망설이고 있다. 만약 35개 다국적기업에 7억 유로를 추징할 경우, 벨기에의 자국 내 외국인 투자 유출폭이 확대되고 투자 신뢰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집행위의 결정은 현재 문제되는 사안에 대한 규제가 아닌 이전 적용된 제도에 대한 소급적용으로, 외투기업들은 현재 적용중인 다른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벨기에 재무부 장관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Johan Van Overtveldt)는 “EU 내 외투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EU국들 역시 벨기에와 유사한 투자유치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며 “강대국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고 소국인 벨기에에만 집중 조사를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벨기에 정부는 집행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2016년 3월부터 EU 사법재판소에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텍스룰링 제도가 벨기에의 주요 외투유치 제도인 만큼, 동 항소건에 대한 향후 사법재판소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