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홈페이지 탄핵 찬반 글 폭주…탄원서도
-이번 주말 헌재 인근서 박사모 집회 예고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법조기관 중 가장 조용한 곳으로 꼽혔던 헌법재판소 분위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접수 이후 떠들석하다.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선 이따금씩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3일에도 두 명의 시민이 ‘탄핵무효’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침묵시위’를 했다. 이번 주말에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헌재에서 100여m 떨어진 안국역에서 탄핵 반대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인근 광화문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박사모와의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만일의 불상사를 우려한 경찰은 기동대 1개 중대를 헌재에 배치했다. 실제 헌재 정문 앞에는 평소 볼 수 없었던 기동대 버스가 상시 위치하는 등 삼엄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헌재 청사 내부에도 경찰 병력이 배치돼 일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미 경호 대상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외에 개별 재판관마다 경호를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2일 재판관 경호와 관련해 “헌재의 요청이 오든지, 우리가 적극적으로 판단하든지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산물로 이듬해 설립된 헌재가 28년 만에 두 번째 대통령 탄핵사건을 마주하며 또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13일까지 헌재로 탄원서 4건이 들어왔다. 대부분 ‘신속히 결정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탄핵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 전까지만 해도 평소 하루 4~5건의 글이 전부였던 게시판엔 최근 하루 600여건이 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에게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해달라’고 주문하거나 ‘1월 중으로 결정해달라’ 등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글이 대다수다.
밖에서 쏟아지는 높은 관심에 헌재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헌재는 전날 재판관 회의에서 모든 재판관실에 도감청 방지 장비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배 공보관은 “공정한 절차가 재판의 생명과도 같기 때문에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만전을 기하자는 차원에서 최신 장비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헌재는 이번 결정이 미칠 정치ㆍ사회적 파급효과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에도 연구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 내부 보고서가 유출돼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당시보다 탄핵 사유가 많고, 성격도 중대하다는 점에서 재판관들은 별도의 준비절차를 갖기로 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 헌재 내부에서 오간 의견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직 헌재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국민들이 헌재에 이런저런 주문을 내놓기보다 냉정하게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헌법재판관들이 평상심을 잃지 않고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