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생전 처음 보는 맥주들이 널려 있다. 세계 각국의 맛과 개성이 담긴 맥주가 국내에 밀려들어오다 보니 소비자들 선택의 폭도 크게 늘어났다. 한마디로 ‘수입맥주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모습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수입맥주 전성시대 현상은 늘어나는 해외여행 등의 영향도 한 몫하고 있지만, 실상은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규제 역차별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대표적인 규제로 할인정책을 들 수 있다.
지난 주말 기자는 서울 대형마트를 둘러봤다. 마트 주류코너에서는 수입맥주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한 캔 당 2500원에 하는 수입맥주를 이날 4개 구입시 캔 당 1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수입맥주의 이 같은 할인은 현행법상 국산맥주보다 30% 이상 저렴한 주세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의 과세기준을 보면 원재료비에 노무비, 기타 경비와 제조사 이윤이 포함돼 있어 이윤이 늘어나면 세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반면 수입맥주는 세금이 부과된 이후에 이윤이 늘어나도 세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가격정책에 국산맥주보다 자유롭다.
이에 가격정책이 자유롭지 못한 국산맥주는 ‘쿠폰’ 할인만 펼치고 있다. 이는 국내산 맥주의 경우 국세청에 제조원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수입 맥주의 경우 원가를 신고할 필요가 없어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수입맥주의 파격적인 할인행사에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조금이라도 저렴한 수입맥주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는 빈병회수보증금 인상도 예정돼 있다. 빈병회수보증금은 소비자가 주류 구매 후 빈병을 반환하면 지급하기 위해 예치되는 환급금으로 환경부가 빈병 재사용율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인상한다. 이 제도도 수입맥주의 경우 부과되지 않는다. 빈병회수보증금의 경우 국내 제조업체에만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산 맥주의 판매 원가가 높아져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산맥주 제조업체들은 보증금 인상만큼 추가적인 가격인상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맥주시장의 규모는 2조6650억원으로 이 가운데 수입맥주가 8.4%를 차지하고 있다. 숫자상으로는 아직도 적은 수치이지만 2011년 이후 연평균 수입량 30.5%, 금액으로는 24.8% 증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와 달리 국산맥주에 과도한 규제가 많다”며 “이와 같은 다양한 규제로 국산 주류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류업계의 하소연이지만, 분명 역차별은 존재해 보인다.
정부 측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