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의 인권을 증진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북한인권법이 시행 100일을 맞았지만 정작 북한인권을 연구하고 관련 정책을 개발할 북한인권재단은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사무실은 현판식조차 못한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재단 예산마저 국회 심의과정에서 16억원이 깎였다.
표면적 이유는 이사진 구성 문제 탓이다. 총 12명의 북한인권재단 이사진 가운데 국회 몫인 10명은 새누리당(5명), 더불어민주당(4명), 국민의당(1명)의 추천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아직 추천 명단을 국회의사국에 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주당은 재단이 정부ㆍ여당 뜻대로 운영될 것을 우려한다.
이대로라면 이사진의 호선으로 선출되는 이사장과 이사장이 임명하는 사무총장이 모두 정부ㆍ여당 차지가 될 수 있어 상근이사직 1명을 야당 몫으로 보장하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 같은 논쟁은 새삼스럽지 않다. 애초 재단 설립 당시부터 우려됐던 사안들이다.
이사장 선출 방법과 이사진 구성 등은 법 시행 전에 깔끔하게 마무리했어야 할 사안이다.
북한인권법은 발의 후 본회의 통과까지 장장 11년이 걸렸다. 그만큼 진통이 컸다.
하지만 북한 인권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이 막판에 서둘러 미봉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첫걸음도 못떼고 있는 재단이 이를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설사 재단이 출범하더라도 제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섣불리 손을 댄 탓에 북한인권을 대하는 우리의 민낯만 노출했다는 비판이 크다.
북한 인권 증진이라는 목적보다는 정치적 셈법만 가득하다는 민낯 말이다. 인권 문제는 다른 어느 사안보다 독립성, 객관성을 중시한다. 주요 인권단체가 정부 후원을 일절 받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북한인권재단은 정부 주도로 탄생하면서 시작부터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여기에 국내 정치판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그 의문은 더욱 커졌다.
한 인권단체 인사는 “국제사회 북한 인권 논의 과정에서 재단이 얼마나 권위와 신뢰를 인정 받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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