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ㆍ배두헌(장성)ㆍ박준규 기자]자고 일어나 뉴스를 보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2014년 대한민국은 ‘참사공화국’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연일 사고로 얼룩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이 일어난 4월, 그리고 5월. 최소한 40여일간은 ‘비극과 참사의 대한민국’이다. 사고가 발생할때마다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약속은 반복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고는 일어나고 또 일어나고 있다. 연거푸 ‘땜질 처방’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 사회는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져 버렸다.

28일 또 터졌다. 이날 전남 장성의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 새벽에 불이 나 오전 10시 현재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21명이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6명은 상태가 위독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화재는 이날 새벽 0시27분께 장성 요양병원 별관 건물 2층 3006호에서 발화됐다. 이형석 병원 행정원장은 “이 병원은 지하1층부터 1층으로 활용하기에 3006호는 지상 2층에 위치했으며, 이곳은 병실이 아니라 영양제 등을 거치하는 폴대 등을 보관해 왔다”고 했다. 이 방에는 인화물질을 보관하지 않아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현재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누전 등 전기적 요인 외에 방화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불은 초기에 진화됐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가 많아 사상자 수를 키웠다. 초동 대처는 무난했고 간호조무사는 혼자 놀랄만한 희생정신을 보여줬지만, 인재(人災) 확률이 높아 보인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장성 요양병원 화재에서 환자들의 피해를 도울 수 있는 도우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일본은 실제 요양시설의 수용인원을 도우미 숫자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데, 야간 근무자가 1명뿐이어서 화재를 발견했어도 이렇다할 대피 행동을 취하지 못해 화를 키웠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남 장성의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 새벽에 불이 나 오전 10시 현재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21명이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6명은 상태가 위독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전남 장성의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 새벽에 불이 나 오전 10시 현재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21명이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6명은 상태가 위독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민들은 또 충격을 받았다. 지난달 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이제 40여일이 지났다. 세월호 교훈은 금세 사라졌고, 사고는 도미노로 일어나고 있다. 답답하고 또 답답한 일이다. “도대체 안전한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세월호 이후 한달 반 만에 지하철 추돌ㆍ감전사고, 울산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사고,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사고, 시화공단 화재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다음날 또 어떤 사고가 터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 오늘의 우리 사회 자화상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슬프고 부끄럽게 하는 것들은 이 모든 일들이 대부분 예방이 가능했던 인재였다는 점과 대형 참사기 이어지는데도 안전불감증 폐해가 사라질 기미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참사가 반복되자 ‘사고공화국’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김영삼정부때의 모습을 연상하는 이가 많다. 당시 구포 무궁화 열차 전복,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격포 서해훼리호 침몰, 마포 아현동 가스 폭발, 한강 성수대교 붕괴, 충주 유람선 화재, 서초 삼풍백화점 붕괴, 대한항공기 괌 추락, 울산 현대 미포 조선소 폭발 등이 연일 이어지며 안전불감증에 대한 사람들의 성토와 반성은 끊이지 않았었다.

올해 유난히 사고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대형사고 20년 주기설’이라는 다소 비과학적인 이론도 회자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요인으로 극복되지 않는 안전불감증과 사고방지 예산ㆍ체계의 부족을 꼽는다. 사고는 선진국에서도 일어나지만, 유독 우리가 대형 참사로 쉽게 이어지는 것은 후진국적인 특성이라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 연구센터장은 “정부에서 재난예방 예산을 짤 때부터 낭비로 생각하고 국회도 그렇다. 일단 자르고 본다”며 “국가 전체적으로 안전예산이 0.6∼0.7%에 불과하고 안전행정부 자체 예산도 4% 미만”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