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급(船級, Classification)’이란 선박의 상태를 평가하는 선박검사를 지칭하는 단어로, 17세기 말 영국에서 처음 생겨났다. 당시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라는 사람이 런던 부둣가에서 운영하던 커피숍에 무역업자, 선주, 선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침몰 등 선박 사고에 대비한 해상보험제도를 만들게 됐. 이 때 선박 보험료 책정을 위해 선장 등 전문가에게 선박 평가를 의뢰하면서 ‘선급검사(Classification Survey)’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 해기사 몇 명이 주축이 돼 선박검사기술을 확보하고 해상보험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한국선급을 설립했다. 한국선급은 일본 등에서 도입한 중고선박으로 해운업이 막 태동하던 시기에 검사원 3명으로 출발, 현재는 직원 수 900여명, 연매출 1350억원에 이르는 세계 7위의 대형 선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 해사(海事)산업계의 발전을 위해 선박검사분야도 개방이 필요한 때이다. 선진선급에 선박검사를 개방하여 외국의 선진 안전관리기법을 국내에 접목한다면 여객선 등 연안 선박의 안전관리 수준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한국선급도 정부와 국적선사의 후원에서 벗어나 스스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선박의 검사를 외국 선급에 개방하기로 했다. 지난해 세계 유수의 선급인 프랑스 선급(BV)을 개방대상으로 선정, 프랑스 측과 선박검사 권한 상호 개방을 위한 세부방안을 협의했다.
프랑스선급(BV)은 1828년 영국 로이드 선급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설립됐다. 크루즈선과 LNG선 등 특수선 검사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 사업 다각화를 통해 경영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선급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동 업체는 ‘제3자 검사 및 인증’ 업무를 기반으로 해양플랜트, 산업설비와 건축물, 품질시스템 및 원자재 등 품질ㆍ건강ㆍ안전ㆍ환경(QHSE) 관리에 특화된 전문기업이다.
지난 14일 양국 정부는 상호개방협력 의향서를 교환,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 선박은 한국선급뿐만 아니라 프랑스선급으로부터도 검사를 받을 수 있게된다. 이번 선박검사 개방을 통해 국적선사는 기술력, 네트워크 및 수수료 등을 비교하여 자사에 유리한 선급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프랑스선급(BV)의 우수한 기술력을 이용하여 크루즈와 같은 고부가 특수선박의 운항시장에도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박검사 개방이 한국선급(KR)에게 사업 다각화와 기술 경쟁력 확보를 통한 외형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 선급과 해운ㆍ조선산업의 상생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조선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향후 한국선급이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어 해양수산업의 미래산업화에 기여함으로써 221조원 규모의 세계 선박검사 및 산업 인증 시장에서 맹활약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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