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나신(裸身)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다. 잿빛 소녀의 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슬픔으로 가득차 있다. 비쩍 마른 등에는 처참하게 갈라진 흉터가 나있다. 마치 변태(變態)한 나비의 빈 껍질처럼 소녀의 모습은 처연하고 쾡하다. 생명의 기운을 누군가에게 모두 빨려버린 듯한 형국이다.

이 작품은 임승천(41)의 ‘나비(버터플라이)’라는 인체조각이다. 작품 속 소녀는 타율에 의해 꿈을 상실했거나, 스스로의 과도한 욕구에 사로잡혀 꿈을 모두 팔아버린 처지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작가 임승천은 유망작가를 선발해 독려하는 성곡미술관의 ‘2013내일의 작가’로 뽑혀 수상기념전(7월27일까지)을 열고 있다. ‘네가지 언어-The Omnibus’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에는 탄탄한 가설구조를 바탕으로 만든 호소력있는 작품들이 나왔다.

이영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