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이 열리긴 했는디 나아진 게 없어. 힘들어도 사람들이 많이 죽었응께, 암 말도 못하고 있지, 뭐.” 지난 22일 오전 진도 서망항에서 조도 창유항으로 향하는 한림페리3호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답답한 듯 한숨만 내쉬었다. 예년 같으면 관광객들로 붐볐을 배는 텅 비어 있었다. 조도를 거쳐 관사, 관매, 동ㆍ서거차도까지 운항하는 이 배에는 승객 10여명만이 타고 있었다. 조도중학교에 페인트 작업을 간다는 한 남성 승객은 “서망항에선 차를 못 싣는다고 해서 페인트통과 도구만 실었다”며 “섬에 짐 풀어놓고, 오후에 다른 항으로 이동해 트럭 가지고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객 발길 ‘뚝’ 페리호 ‘텅텅’…식당 등 파리만 날려 유출된 기름도 골칫덩이…양식장 해산물 애물단지로 환자들 뭍으로 못나가…팽목항 선착장 이용 학수고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진도 앞바다 도서지역으로 이동하는 주민들과 외지인들의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지난 14일부터 행정선과 화물선을 진도와 조도를 잇는 항로에 투입했다. 배편만 따진다면 2척이 운행되던 뱃길에 이제는 4척이 오가는 셈이다. 이 배들은 진도 쉬미항, 서망항, 팽목 임시선착장에서 조도를 오가고 있다. 하지만 운항 시간도 불규칙할 뿐더러 조도에서 팽목항은 배로 30분이면 닿는 반면 쉬미항은 1시간20분 가량 걸린다.

겨우 열린 뱃길이지만 조도 주민들은 하나 같이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조도 창유항에서 슈퍼와 민박을 운영하는 이모(60) 씨는 “조도는 4월부터 6월까지 관광객들이 몰리는데, 이때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 산다. 근데 사고 이후에 예약이 줄줄이 취소돼서 예약금 200만원을 고스란히 되돌려줬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14일 이후로) 배편은 늘었는데 행정선엔 차도 못 싣고, 화물선은 시간대가 불편하다. 뭐하러 증편했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이준연(72) 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읍에 장이 설 때마다 음식재료를 사러 진도로 나가는데 지금은 배 시간이 들쭉날쭉이고, 쉬미항으로 가는 배를 타면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린다”고 울상을 지었다. 관광객들로 붐벼야 할 텅빈 식당엔 말 그대로 ‘파리만 날리는’ 모습이었다.

사고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도 골칫덩이다. 조도 주민 1780세대 가운데 양식업, 어선업 등 어업 종사 가구는 무려 1746세대에 이른다. 기름띠가 조도와 동ㆍ서거차도 등지의 양식장을 덮치며 수확은 엄두도 못 내는 상태다. 미역, 톳, 멸치 등 진도 특산물은 애물단지가 됐다.

또 뭍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배를 타야 하는 섬 환자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조도 보건지소 관계자는 “진도읍으로 나가서 물리치료나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이 많다”며 “팽목항에 내려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바로 이동하면 좋은데, 쉬미항은 너무 멀고 배 시간도 들쭉날쭉이라 노인들은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조도 주민들은 하루 속히 팽목항 선착장을 이용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조도면 주민 박석암(64) 씨는 직접 종이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팽목항 선착장을 정상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을 설명했다.

그는 “예비선 넣어준 거나, 공짜로 배 태워주는 건 큰 의미 없다. 원래 이용하던 팽목항 선착장에서 하루 다섯 번만 배를 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구조작업 도우러 많이 갔고, 앞으로 사고가 수습될 때까진 여러 가지 감수하면서 살텐데 제발 우리 살 길도 조금만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진도=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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