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격차 2009년이후 지속확대 저소득층 외식등 씀씀이 줄여 고소득층은 교양 등 지출 늘려
#. 대기업 직원 이모(31)씨는 최근 신혼살림을 장만하면서 고가의 외제 가전제품들을 구매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100만원을 넘는 무선청소기와 70만원대 헤어드라이기, 800만원대 냉장고 등이다. 이탈리아 냉장고도 화장품 보관용으로 300만원 가까이 주고 들여놨다. A씨는 “평소 눈여겨본 제품들이어서 가격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 3년차 주부 B(31)씨는 남편과 상의해 외식 횟수를 월 2번에서 1번으로 줄이기로 했다. 자녀 계획을 세우려면 한 푼도 허투루 써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유일한 취미인 유료웹툰과 맥주도 끊었다. B씨는 “옷 걱정이라도 덜게 올 겨울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에서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특히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여행과 외식, 문화생활 등을 포기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다.
17일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SI)에 따르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소비심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과 500만원 이상인 가계의 소비지출전망CSI 차이는 2009년 평균 13포인트에서 지난해 16포인트로 커졌다. 2011년 10포인트로 완화됐다가 다시 악화된 것. 올해도 10월까지 평균 15포인트 차이가 났다.
항목별로 보면 소비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100만원 미만 가계의 외식비 지출전망CSI는 9월 79에서 10월 76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500만원 이상 가계가 99로 같은 수준을 지속한 것과 대조된다.
소비지출전망CSI가 100을 넘으면 6개월 뒤 현재보다 지출을 늘릴 것으로, 100을 밑돌면 줄일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여행비 지출전망에 대해서는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계는 77에서 72로 비관적 시각이 더욱 짙어졌다. 반면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낙관적 전망(106→104)을 유지했다.
교양ㆍ오락ㆍ문화생활비는 저소득층이 전월의 82에서 78로 뒷걸음질한 것과 달리 고소득층은 97에서 98로 올랐다.
교육비의 경우 저소득층의 지출전망CSI가 한 달 새 5포인트 떨어진 80으로 2013년 9월(79) 이후 3년 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소득층(111)은 2포인트 하락하긴 했으나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다.
의류비도 저소득층(87→87)과 고소득층(109→108) 간 소비심리 간극이 여전했다.
이에 반해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품목에서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의료ㆍ보건비 지출전망CSI의 경우 저소득층 가계가 115로 고소득층(111)을 앞섰다. 교통ㆍ통신비도 저소득층(105)과 고소득층(109) 모두 100을 넘기며 향후 소비의향이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낸 ‘국내 경제 양극화 추이 및 시사점’을 보면 소득 양극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9년 0.314에서 지난해 0.295까지 하락했다. 상위 20%와 하위 20% 간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2009년 5.75배에서 지난해 5.15배로 낮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계속되면서 고소득층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소비양극화지수는 지난해 1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중산층 이하의 계층이 저소득층이라고 인식하는 심리적 위축이 소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촉진을 통해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소득여건 개선, 임금 격차 해소 등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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