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BS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이 보도본부 내 비공식 라인을 통해 보도국을 사찰,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 기자협회는 “KBS 기자협회 내 ‘보도 개입 의혹 진상조사팀’은 제작거부 사흘째인 오늘(21일), 길 사장이 비공식 라인을 통해 ‘뉴스9’ 가편집 큐시트와 보도국 내 현안 등 정보사항을 보고받았음을 시사하는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도본부 내 디지털뉴스국의 팩스 송신 내역’을 공개했다.
내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50분 쯤 디지털뉴스국 팩스를 통해 ‘뉴스9’ 큐시트 한 장이 사장실에 전달됐고, 최근 한달간(4월17일~5월15일) 9시뉴스 가편집 큐시트를 포함한 총 12건의 문서가 송신됐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 16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이른바 ‘2차 폭로’를 통해 ‘매일 오후 4시 경, 그날의 뉴스9 큐시트를 사장에게 보냈다’고 증언했으며, 길환영 사장 역시 이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것만으로도 길 사장이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길 사장이 더 나아가, 공식 보고 이전에 별도의 채널을 통해 보도국 내 9시 뉴스의 아이템 선정 과정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봤을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라고 주장했다.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팀의 해명 요청에 디지털뉴스국 소속 관계자는 “보도국의 공식 지휘라인을 무시하고 사장에게 큐시트를 보내거나 정기적으로 보고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보도국 현안에 대해 사장에게 조언을 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고 KBS기자협회는 전했다.
보도국 사찰 의혹을 제기한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에게 공식적으로 해명을 요청하고, 디지털뉴스국으로부터 사장실에 건네진 자료의 실체를 규명해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 KBS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19일 오후 1시께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했으며, 20일 오후부터 광화문 등지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22일 오후 1시에는 KBS 메인뉴스의 얼굴인 최영철 앵커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인시위를 벌인다.
최 앵커를 포함해 KBS 뉴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13명은 기자협회의 제작거부에 동참하며 지난 19일부터 스튜디오를 떠났다. 기자 출신 앵커들까지 제작거부에 동참한 건 KBS 뉴스 역사상 최초다.
최 앵커는 1인시위에 나서기에 앞서 기자협회를 통해 “KBS를 살리고 싶은 마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광장에 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광화문에서 진행될 1인 시위에는 최 앵커 외에도 오후 2시엔 ’뉴스토크‘의 김원장, ’아침뉴스타임‘의 양영은, 오후 4시에 ’라디오주치의‘의 이충헌 앵커 등이 동참한다.
비슷한 시각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선 20년차 이상된 KBS 보도국 팀장들(11~13시, 17~19시)이 1인시위를 진행하며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보도국의 막내급 기수인 33기~38기 기자들도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앞서 20일에는 ’뉴스광장‘의 박유한, ’뉴스라인‘의 이영현, ’뉴스7‘의 박주경, ’주말 뉴스9‘의 최문종 앵커가 광화문 광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KBS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로 KBS 보도본부 기능은 사실살 마비된 상황에서 KBS PD협회도 23일 하루 동안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KBS PD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저녁 “길환영 사장이 자진사퇴와 이사회의 해임의결안이 성사되지 않음에 따라 PD협회 전 협회원은 23일 0시부터 24시까지 제작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9시께 KBS이사회는 5시간여의 격론 끝에 오는 26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길 사장은 26일 이사회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해야 한다.
길환영 사장은 21일 오전 10시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통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에는 결코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불법파업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KBS 양대 노조의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KBS노동조합(1노조)은 오는 27일까지 닷새간(휴일 제외),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새노조)가 23일까지 각각 진행한다. 1노조에는 기술직군을 중심으로 2500여명이, 새노조에는 기자·PD 직군 중심으로 1200여명이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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