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에 ‘책임총리제’가 실현된 적은 없었다. 1960년 4ㆍ19 혁명으로 수립됐다가 11개월 만에 무너진 ‘장면 내각’은 내각제 기반의 헌정체제였다. 대통령제로 다시 바뀐 뒤로 모든 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무총리실이 탄생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재난ㆍ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처와 정부 조직ㆍ인사 기능을 전담할 행정혁신처를 신설해 총리실 산하에 두겠다고 밝혔다.

국가안전처에는 현재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안전 및 재난 관련 조직을 통합해 모든 유형의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주어진다. 국가안전처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안전 관련 예산의 사전 협의권과 재해예방에 관한 특별교부세 배분 권한도 부여된다.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안전 관련 예산을 협의할 수 있고, 안전행정부가 재해지역에 교부하는 특별교부세 배분 권한도 국가안전처가 갖게 된다.

공무원의 조직ㆍ인사권도 총리실로 이관된다. 박 대통령은 안행부의 정부 조직 인사권을 박탈해 신설할 행정혁신처로 넘기겠다고 했다.

어떤 조직에서건 조직과 인사권을 가지면 거의 모든 권한을 갖는 것이다. 안행부가 그 동안 모든 부처의 ‘갑(甲)’으로 군림해온 것도 조직의 존폐권과 인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서는 예산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조차 안행부 앞에선 ‘을(乙)’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행정혁신처는 과거 총무처의 다른 이름이다. 공무원 인사 및 시험 관리,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 관리, 공무원의 연금 사무 등을 관장했던 총무처는 1998년 2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내무부와 통합돼 지금의 안행부가 되었다. 당시 총무처 장관은 정권의 실세 중 실세가 맡았다.

이처럼 엄청난 힘을 가진 신설 조직이 총리실에 집중되는 만큼 후임 총리는 ‘책임총리제’를 실현할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안전처나 행정혁신처 역시 청와대의 지시와 통솔을 받게 돼 차기 총리가 누가되더라도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그 동안 박 대통령이 보여온 리더십 속에 ‘책임총리’는 없었다”며 “이번에도 총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책임총리제’란 법적으로 없는 개념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원수로서 권한과 함께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행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박 대통령이 보여온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리더십으로는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국가개혁 구상의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핵심은 박 대통령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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