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핵심 참모’로 꼽히는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으로 인해 온나라가 시끄럽다.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단해왔고 핵심 참모들이 여기에연루됐다는 의혹과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이 극에 달했다.
통치행위는 공인된 조직과 정보, 합법적 권력기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공개가 원칙이다. 국가의 안위를 위해 예외적으로 비공개가 허용되는 경우는 법적으로 명시해놓았다. 지금의 국가적 위기는 대통령으로부터 이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공인받지 않은 개인과 조직, 정보가 합법적 권력기관을 대신해 대통령과 정부의 통치행위에 관여했다는 ‘합리적 혐의’가 속속 드러났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국민으로부터 공인되지 않은 통치 행위는, 대통령의 ‘개인사’로부터 비롯됐다.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담화에서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사적인 관계가 국가의 통치행위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줬을 때는 더 이상 ‘사생활’이나 ‘개인사’가 될 수 없다. 법적이고 공적인 판단의 대상이 된다.
영화 ‘킹메이커’는 현재 우리 국내 정치사회 상황과 빗대면, ‘비선’과 ‘참모’의 정치학을 보여준다. 아울러 위정자의 ‘개인사’가 어떻게 공공의 영역을 침입해 사회 전체를 위험으로 내몰 수 있는지도 경고한다. 영화에서도 위정자의 ‘개인사’와 통치행위의 고리는 ‘비선’ 혹은 ‘참모’다.
조지 클루니가 감독ㆍ출연하고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킹메이커’는 미국 민주당의 경선에 뛰어든 유력 후보와 그의 참모 이야기를 담았다.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 분)는 잘생긴 외모와 안정된 가정, 정의로운 이미지, 진보적인 정책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유권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후보다. 스티븐(라이언 고슬링 분)은 모리스 선거 캠프에서 대언론 전략을 이끄는 핵심 참모다. 스티븐은 언론을 쥐락펴락하며 모리스의 경선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는 뛰어난 수완과 능력으로 경선 상대진영으로부터 스카웃 제안을 받는다. 고민 끝에 상대 진영 유력 인사와 비밀리에 만난다. 결국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회동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간다. 모리스 진영의 핵심 참모가 상대 후보 캠프 유력자와 만났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 경선 최대의 스캔들로 비화할 위기다. 결국 모리스 캠프에서 해임된 스티븐은 상대 진영을 찾지만 문전박대 당한다.
그 과정에서 스티븐은 캠프 내에서 자신과 내연관계였던 젊은 여성 인턴이 자신을 만나기 전 이미 모리스 후보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남자 사이에서 치부를 들킨 여인은 자살한다. 스티븐은 이를 미끼로 두 선거캠프와 거래를 시도한다. 모리스를 협박한 그는 캠프에 복귀해 최고 유력자가 된다.
‘실세’가 된 스티븐은 모리스의 선거전략을 좌우한다. 심지어는 선거 승리를 위해 모리스가 반대한 부패한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다.
영화는 여기가 끝이다. 그러나 관객은 이후의 상황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공화당에는 적수가 없었던 모리스가 예상대로 최고권력자가 된다면, 스티븐은 그의 목줄을 쥐고 국정을 좌우하는 ‘실세’가 될 것이다. 군사적ㆍ경제적 최강대국인 미국과 미국을 통치하는 최고권력자의 운명이 한 개인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킹메이커’는 정치지도자의 검증받지 않은 ‘개인사’와 ‘사생활’의 비밀이 특정인의 손아귀에서 사욕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될 때 국가와 국민의 존립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 ‘폭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치지도자의 사적인 비밀을 가장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비선’이나 ‘참모’라는 존재다. 정치지도자의 사적인 비밀이 정신적인 것이든, 법적인 것이든 ‘치명적 약점’일수록 ‘비선’과 ‘참모’는 ‘실세’가 되고 권력 위의 권력자가 된다.
그러므로 정치인과 관료는 ‘공인’으로 불리며, 일반인과는 달리 엄격하게 제한된 ‘사생활’을 요구받는다. 선거와 청문회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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