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의안 2호 이재용 사내이사 선임건에 반대 없으십니까? 반대 의견 없으시면 가결하겠습니다”
27일 오전 10시 열릴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의 모습이다. 안건에 대한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등장하는 의안투표 대결은 이번 주총에서는 없을 전망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투자자들도 일찌감치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요 주주 중 대부분이 이번 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이 “이 부회장은 삼성에스디에스(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이기 때문에 사내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있다”며 반대할 것을 권고했지만, 주주들의 표심을 바꾸기에는 부족한 ‘소수 의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의 다른 의결권 자문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이미 찬성을 권고하는 의견을 낸 상태고, 또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지난 21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주주의 책임 경영 강화가 기대된다”며 찬성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그룹의 계열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했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도 이번만큼은 찬성의 뜻을 일찌감치 나타냈다. 엘리엇은 이달초 삼성전자에 서한을 보내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30조원 특별배당, 분할 후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4대 요구사항과 함께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실제 임시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표결이 아닌 현장 참석 주주 다수의 동의와 박수 속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주총회에서 재무재표 확정 등 큰 이견이 없는 안건이 확정되는 방식으로 이 부회장 건도 처리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 선임이 이뤄지는 임시주총 전후로 열릴 이사회부터 정식 구성원으로 참석하게 된다. 주총 소집, 대표이사 선임, 자산 처분과 양도, 투자계획 집행, 법인 이전설치 등 회사의 중대 사항을 결정하게 되며 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도 진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혁신’과 ‘집중’을 내걸고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과 연말 인사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쪽으로는 몸집을 줄이고, 그 반대편에서는 인수합병(M&A) 및 신규 진출을 주도하며 삼성전자와 그룹의 체질을 조용히 바꿔왔던 이 부회장의 지난 2년여간 행보가 27일 이사 선임을 계기로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그룹 전반에 펼쳐질 분위기 혁신도 눈여겨볼 과제다. 삼성전자가 지난 여름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방안은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직후 확 바뀔 조직 문화의 예고편이다. 대리, 과장, 부장 같은 호칭을 대신할 ‘님’은 벤처기업의 수평적이고 빠른, 능력 중심의 인사를 뜻한다. 실제 직급체계 역시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해 연봉 및 승진에 반영한다. 회의도 짧고 핵심만 다루고, 보고도 팀장부터 사장, 회장까지 동시에 이뤄지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삼성전자의 발표는, 비서도 없이 전용기 대신 일반 항공편으로 세계를 누비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앞으로 회사, 그리고 일반 대중 앞에 보다 자주 모습을 보이고, 또 직접 소통하는 모습도 기대 가능하다”며 “시스템과 체계를 우선시했던 것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또 적극적인 새로운 조직문화에 기반한 신사업 확장, 선택과 집중”을 예상했다. 지난해 6월 삼성병원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 국민들 앞에 서서 사과를 했던 모습이 이제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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