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ㆍ유커감축 사태…악재엔 항상 공매도가 있었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악재에 따른 주가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공매도가 낙폭을 키운다. 공매도 투자자에게 악재는 호재인 셈이다.
낙폭은 클 수록 좋다. 주식을 비싼값에 빌려서 싼값에 팔아제낄수록 수익이 나기 때문.
이 주식을 받아드는 투자자는 주식을 싼값에 사 장기투자를 노리려는 투자자들이다. 외국인은 공매도하고 기관은 다시 산다. 일종의 그들만의 ‘선순환 리그’다.
눈앞의 주가에 어쩔줄 모르는 것은 종목에 묶여있는 개미투자자들이다. 속절없이 하락하는 주가에 더이상 ‘버틸 힘’이 없거나 ‘참을성’이 없는 투자자들이다.
장기투자에 익숙치않고 듀레이션(기간)이 짧은 투자가 ‘속편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에 대한 자신들의 접근법이 잘못 됐음을 인지하지 못한채, 눈에 보이는 수익하락에 공매도를 비난한다.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박스권 장세에 롱숏전략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려는 기관과 외인 간 ‘선순환 리그’의 폐해는 해가 갈수록 더 극심했다. 한미약품 사태, 유커(游客, 중국인 관광객)규제와 중국 소비주 하락에서 나타난 대규모 공매도 사태는 개인투자자들이 말하는 검증되지 않은 공매도의 폐해다. 정상적인 투자전략의 하나라는 명목,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물증은 충분치 않다. 정황과 추측만 있을 뿐이다.
공매도가 많은 종목들은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 지표가 높고, 수익개선 가능성 등 성장성이 높은 종목이다. 보통의 투자자들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량주들이다.
주가가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태여서 공매도에 들어가기 좋고, 악재가 터져도 언젠가는 주가가 오를 힘이 있는 종목인 것.
주가가 오르는 날이 있으면 내리는 날도 있으니, 수수료를 감수하고 공매도 잔고를 일정수준 유지하며 하락할때만 조금씩 판다. 낙폭이 커지면 많이 팔면 된다. 수수료를 버틸수 있는 투자세력은 그렇다. 자금력이 탄탄한 외국계 기관들이다.
우량기업은 주가가 일시하락해도 다시 오른다. 듀레이션을 몇 년 이상으로 보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언젠가 오를 주가를 기대하며 숏커버링 물량을 담는다.
한미약품은 공매도에 안정적인 종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주가가 900% 뛰면서 증시의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다. 베링거링겔하임으로 기술수출이 실패하는 등 악재로 3분기 영업이익은 61.5% 급락했지만 내년은 160% 이상, 2018년은 30%에 가까운 영업이익 성장률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공매도 공시제가 실시된 지난 6월 30일 70만6000원에서 9월 까지 60만원대로 점진적인 하락을 보였다. 공매도 잔고 추이를 살펴보면 숏커버링 물량이 계속 나오면서 감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2000억원 전후로 잔고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악재를 기다린 것.
9월 30일 악재성 공시는 기회였다. 공매도의 손은 숏커버링 물량을 대량으로 쏟아냈다. 당일과 다음거래일인 지난 4일 숏커버링으로 빠져나간 공매도 잔고는 345억원이었고 이 중 4일은 공시 이후 최대 수준인 263억원이었다.
악재성 공시로 팔자세가 거세 거래량이 평소의 몇십배에 달했고, 때문에 공매도 규모가 다소 축소돼 보이지만 코스콤에 따르면 30일 공매도 금액은 사상최대인 616억원이었다.
이날 거래대금은 1조65억원이었다.
지난달 29일 1970억원이던 공매도 잔고는 4일 1625억원으로 17% 급감했다. 주가는 이후로도 하락세를 보인 덕에 지속적으로 숏커버링 물량이 나오며 22일 잔고는 사태 직전 수준과 비교해 20% 이상 줄어있다.
한미약품의 공매도 주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에 따르면 모간스탠리와 UBS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한미약품과 비슷한 기업들로는 향후 2년 간 이익성장률과 PER이 높은 셀트리온, 카카오, LG전자, 한샘,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종목들이다.
공매도로 완벽한 투자 스킴(scheme)이 시행되도 이는 거래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가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공매도로 주가가 빠졌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논리를 설명하기엔 치명적인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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