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중국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요우커(游客ㆍ 중국인 관광객)들의 해와 관광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한국으로 향하는 요우커들의 발길을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에 요우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절반 가량, 외국인 매출이 대부분인 면세점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중국정부의 이번 규제를 통해 면세점을 비롯한 국내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면세점업계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국가여유국(CNTA, China National Tourism Administration)은 현지에서 판매하는 저가항공 상품에 대한 규제 조치에 들어갔다. 오는 10월 하순부터 실시되는 이 정책에서 중국 정부는 저가 상품은 전단지나 인터넷ㆍSNS를 통한 일체의 광고 활동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엔 30만 위안(약 5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루 1회로 쇼핑을 제한하고, 관광객수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지시사항도 포함됐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에 요우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절반 가량, 외국인 매출이 대부분인 면세점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중국정부의 이번 규제를 통해 면세점을 비롯한 국내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헤럴드경제DB]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에 요우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절반 가량, 외국인 매출이 대부분인 면세점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중국정부의 이번 규제를 통해 면세점을 비롯한 국내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헤럴드경제DB]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여행상품 규제에 나선 이유는 저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저가 한국여행에 대한 민원이 많이 접수됐기 때문에 이뤄진, 중앙 정부 차원의 조치”라며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당국이 사전에 이야기가 오갔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현지 관광 패키지 상품 중 상당수가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 쇼핑 프로그램을 집어넣었고, 관광보다 쇼핑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요우커들의 불만이 폭주한다고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국내 면세점, 관광 업계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요우커 방문이 다시 줄어둘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 면세점 관계자는 “관광객을 메르스 파동이 있던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조치는 면세점 매출을 반토막 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B 면세점 관계자도 “요우커 방문이 늘어나며 한창 번창하기 시작한 면세점 사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요우커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 4조3000억원 중에서 요우커가 차지한 비중은 약 70%, 3조100억원 수준이었다. 요우커는 지난해 598만명, 올해는 800만명 수준이 예상되는데, 인원을 지난해 수준으로 25%가량 줄인다면 면세점 매출도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다. 롯데면세점만 놓고도 7525억원의 매출액이 공중분해된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신라의 요우커 매출액(1조6155억원)은 전체(2조5888억원)의 64%, 워커힐과 동화면세점도 각각 78%(전체 2874억원중 2254억원)와 69%(전체 3226억원 중2246억원)의 매출액이 중국인 관광객에서 나왔다. 25% 매출이 줄어들 경우, 이들 4개 면세점에서 총 1조2689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 당국은 ‘수준 낮은 저가 관광을 근절’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목표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관광 제한이 사작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인접국과의 외교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정부는 요우커 카드를 사용해 상대국을 압박했다. 지난 2012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점유권 분장이 일어나자,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방문을 금지했다. 대만의 경우에는 올해 5월 새로운 행정부가 수립되면서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이달 초 국경절 연휴기간에는 관광업계의 매출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분노한 관광업자들이 거리로 박차고 나오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에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정부는 저가관광 개선을 이유로 들지만,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이번 조차가 연결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요우커 관광을 제한하면 직접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 관광업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들이 쓰고 간 돈은 모두 139억달러(약 15조원)에 달했다. 중국 당국이 집계한 결과 한국은 요우커가 찾은 해외 관광국가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요우커 관광객 수는 전체 관광객 중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 일본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