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공직사회는 금물

사기업은 때아닌 눈치싸움

함께 근무하는데 모른척 할수없고

선물도 고급화 추세따라 난감

#1. 국내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정모(30) 대리는 고민에 빠졌다. 한달 남짓 남은 수능을 앞두고 팀장님의 재수생 딸을 위한 수능 선물을 준비해야하는지 여부 때문. 지난해 수능 당시 팀원들과 함께 돈을 모아 고가의 영양제를 선물했지만 재수를 하게 되면서 또 한번 선물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 씨는 “다른 팀원들도 지난해에 이어 재수 수능을 위한 선물을 해야할 지를 두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적지 않은 돈이 들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공간에서 일하는 직속 상관이다보니 모른척 지나가기도 난감하다”고 했다.

#2.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5) 과장은 며칠전 평소 자신과 친하게 지낸 부장에게 수험생 자녀를 위한 선물을 건넸다 사내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김 과장에 대한 수근거림은 상관에게 잘 보이려 수험생 자녀에게까지 고가의 선물을 건넨다는 것. 김 과장은 “입사 초 과장으로 모셨던 인연으로 간단한 선물을 건넸던 것 뿐인데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아 유감”이라며 “직장 동료들의 경우 이럴때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전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내가 너무 순진하게 행동했다고 느꼈다”고 했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앞두고 직장인들 사이에선 때아닌 눈치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 상사 자녀의 수능 선물을 챙겨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물밑작전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사기업 얘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로 인해 공무원 사회나 공기업은 수능선물 자체를 생각키 어렵다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사기업 직장인들은 만만치 않은 선물 가격 자체가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들어 수능 선물의 ‘고급화’ 경향으로 인해 높은 가격대의 선물들도 늘고 있다.

한 백화점 인터넷 쇼핑에서 국내산 찹쌀 등의 재료를 사용한 것은 물론 고급 재질로 포장됐다고 광고하고 있는 찹쌀떡(35개입) 제품의 경우 가격이 4만원이 이르고, 저렴한 제품의 가격대도 2만원 내외에서 형성돼 있다. 합격엿의 경우에도 1만5000원 내외의 제품이 많지만 가장 비싼 제품의 가격은 4만2000원(10개입, 개당 60g)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선물로 각광받고 있는 영양제나 향초 등의 경우에도 몇 만원을 호가하는 게 대부분이다.

국내 한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고모(31ㆍ여) 씨는 “마음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직장 직속 상관에게 줄 선물이라 생각하면 품질과 가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단체로 선물을 하겠다며 일정 금액을 걷는 경우에는 빠질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호의로 건넨 수능 선물 때문에 사내에서 오해가 발생하는 것도 직장인들에겐 경계의 대상이다.

2년차 직장인 안모(25ㆍ여) 씨는 “지난해 입사 첫 해를 맞아 나름 신경을 쓴다고 수험생이 있는 팀장께 선물을 전달했다가 입사 첫해부터 사내정치한다는 뒷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며 “오해는 풀었지만 올해는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도 봐가면서 좀 더 조심하려 한다”고 했다.

공직사회에 몸담고 사람들은 최근 시행된 청탁금지법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는 반응이다. 공무원 김모(29ㆍ여) 씨는 “액수와 상관없이 이해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는 선물을 줘서는 안된다고 거듭 교육받아 왔다”며 “이 때문에 수능 선물은 물론, 음료수 한 잔 조차 조심하고 있는게 공직 사회 분위기”라고 했다.

한편 수능 선물에 대해 하나의 미풍양속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회사원 이모(37) 씨는 “수능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큰일이라 친척들도 챙겨주고 부모님 친구분들도 챙겨드리는데, 매일 얼굴 보고 일하는 상사 자녀에게도 작은 찹쌀떡 같은 것 하나 챙길 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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