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주문들이 이어지며 은행의 대출창구 문턱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당국의 강력한 주문 속에 은행들이 여신 취급에 보수적인 태도로 변모하며 폭주하던 가계대출 증가세도 한 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비수기인 7~8월에도 급증하던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부동산 거래 성수기인 10월 들어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기세를 몰아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른 금융사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며 엄포까지 놓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이후 역으로 소비자들은 대출절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중 은행들 대부분이 가계대출 연간 목표액을 채운 가운데 정부가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규제를 본격화한 가운데 이달 역대 최대의 분양 물량이 쏟아질 계획이어서 향후 파장이 주목받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ㆍ기업 등 6대 은행의 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영업일 기준 7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1조7788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약 42%)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별로는 지난달 2000억원가량 늘어났던 국민은행이 이달 들어 잔액이 약 600억원 줄었다. 신한은행도 약 150억원을 줄였다.
국민은행은 올해에만 6조2000억원, 신한은행은 7조원씩 가계대출이 늘어난 바 있다.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일부 초과한 상황이어서 여신을 조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정부가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은 609억원이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기업은행은 가계대출 잔액이 석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이처럼 가계여신을 줄인 건 정부가 강력한 가계대출에 관리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6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작년 말 485조60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521조6000억원으로 36조원 넘게 늘었다. 이미 올해 제1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목표치인 37조원에 근접해 있다.
특히 올 여름은 부동산 거래 비수기를 비웃듯 가계대출이 폭증세를 보인 바 있다. 결국 정부는 부랴부랴 8ㆍ25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집단대출 규제를 본격화 했다.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은 주 1회 이상 가계부채 특별 태스크포스(TF) 회의체를 가동하며 8ㆍ25가계부채 대책의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금융사 특별점검 카드도 동원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금융회사는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차원의 금융감독원 특별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신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일부 은행들은 여전히 가계대출을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올리며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10월 들어 5영업일 동안 4000억원, 농협은행은 3000억원 정도 늘렸다. 8∼9월 두 달간 주택담보대출만 1조원을 줄인 우리은행도 이달 5영업일 동안에는 약 1000억원 늘렸다.
KB국민ㆍKEB하나ㆍ신한ㆍ우리ㆍ농협ㆍ씨티ㆍSC 등 7개 시중은행의 8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평균금리는 연 2.59~2.85% 수준이다. 농협을 제외한 6개 은행의 평균금리가 전월에 견줘 모두 올랐다.
가계대출 증가 기조가 고비를 맞는 가운데 관건은 집단대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도금 보증한도 및 건수 제한 규제를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10월 주택시장에는 역대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의 분양 예정 물량은 10만6535채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집단대출에 대한 사업성 점검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원래 10월이면 여신 확장에 박차를 가할 때지만 지금은 당국의 규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여신 유치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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