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이다. 전셋값 폭등 등 주택가격 상승에 지친 매매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폭증으로 이어졌다. ▷임대보증금▷집단대출▷상업용 부동산▷고령화는 올해 상반기 12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연결된 핵심요소다.
전문가들은 이 네 가지 요소를 잡아야 한국의 가계부채 위기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와 관련된 부동산 시장 주요 이슈의 점검’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역전세난 우려… 임대보증금은 숨겨진 가계부채 뇌관=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는 숨겨진 가계부채 위험으로 지적된다. 전세보증금은 개인간의 거래라 공식적인 가계부채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증금은 임차인에게는 금융자산이지만 임대인에게는 실질적인 가계부채가 된다. 최근 전세가격이 전세보증금 이하로 떨어지는 역전세난 우려가 나오면서 임대보증금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역전세난이 발생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집을 팔아서 보증금을 빼 주더라도 이미 집값이 보증금보다 떨어진 상태라면 경매 등을 통해 집을 처분하더라도 세입자의 피해를 피하기는 어렵다. 추가 대출로 이어져 가계부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보증금 규모는 450조원으로 추정된다. 개인간 거래인 전세보증금은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이라 볼 수 있는 만큼 증가 속도와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은행을 통한 전세자금대출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가족이나 친지에게 전세보증금을 빌린 경우도 많은데 이 부분은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며 “공식 통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집단대출, 가계부채 증가 주범=집단대출은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집단대출은 신규분양, 재건축, 재개발아파트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괄대출로, 중도금ㆍ이주비ㆍ잔금대출 등이 이에 속한다. 한국은행은 2016~2017년 집단대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월평균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개별대출자의 상환능력은 따지지 않고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서도 연체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06년 이후계속 1%를 밑돌고 있지만, 집단대출 중 중도금대출의 연체율은 2012년 5%까지 오른 바 있다.
집단대출의 부실은 입주시기에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입주 시기에 대출의 성격이 건설사의 신용에 좌우되는 중도금 대출에서 개별 입주자의 신용에 기반한 잔금대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은 시공사ㆍ시행사가 이자를 대신 내주는 경우가 많으나 잔금대출은 전적으로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지방의 주택가격이 약세로 돌아서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내년 하반기부터 지방권을 중심으로 집단대출 연체율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주담대보다 연체 가능성 높아=상업용 부동산도 우려되는 가계부채 부실 요인이다. 국내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이 가계 및 개인사업자에 빌려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2015년 말 기준 25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의 연체 가능성이 일반 주담대보다 높다는 것이다.
2012년 기준 연체율과 요주의여신비율은 각각 1.44%와 2.02%로 당시 주담대(연체율 0.93%, 요주의여신비율 0.62%)보다 높았다. 주요 차주인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부담비율도 35.8%로 상용근로자(26.2%) 대비 9.6%p포인트 가량 높다. 한계가구 기준인 40%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가격하락에도 취약하다. 2012년 기준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초과하는 대출이 18.5%로, 주담대(2.5%)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 경매 낙찰가율(낙찰가액÷감정평가액)은 50~60%로 아파트(통상 80% 이상)보다 크게 낮다. 시장하락기에 상업용 부동산의 시세가 주택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차주가 대출상환에 실패할 경우 대출을 해준 금융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비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급증해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 경우 금리부담에 따른 연체율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고령층 부채가 가계부채의 23%=고령화도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높이고 있다. 노후관리가 안된 50~60대의 빚이 최근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가구의 부채는 지난해 3월말 기준 4785만원으로 전년보다 8.6% 늘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고령층의 가계부채는 전체 가계부채의 23%에 육박할 정도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빚 부담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60세 이상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1%에 달해 미국(94.9%)·프랑스(16.8%)·독일(37.5%)·네덜란드(105.4%) 등 주요국들을 크게 웃돌았다. 60대 이상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 연령대 평균(128.2%)을 웃돈 유일한 나라다.
반면 상환능력은 갈수록 낮아져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카드대금이나 대출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60대 이상 고령층은 7805명으로 2014년(5864명)에 비해 20.8%나 늘었다.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세다.
송인호 연구위원은 “늘어나는 가계빚을 잡기 위해서는 질적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고령층의 대출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정락 연구위원은 “고령층에 대한 주택연금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주택연금 관련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