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영훈기자] 지난달 30일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재료를 늑장 공시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4일 한국거래소는 한미약품 임직원 등 이해당사자들의 주식계좌 전면 조사에 나섰다. 내부자 중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이 있는지를 집중 점검하기 위해서다.

특히 악재성 공시로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30일 공매도 세력이 1주당 최대 20%가 넘는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자들이 정보를 이용해서 주가와 주식 매도에 이용했다면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이번 조사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을 주축으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과 거래소 시장 감시위원회의 공조 체제로 이뤄진다.

시장 감시위원회는 모니터링를 통해 거래 과정에 이상이 발견되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되고, 조사 결과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넘길 계획이다. 자료를 넘겨 봤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추가 조사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특히 사안이 중대할 경우 시장감시위원회는 자본시장조사단 보고를 거쳐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검찰에 해당정보를 전달한다. 패스트트랙이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금융당국이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절차 없이도 검찰에 의뢰해 즉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거래소 시장 감시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조사가 언제 끝날지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함께 거래소는 한미약품의 공정공시 위반 및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드러날 경우 공정공시 위반 조치도 함께 이뤄질 수 있다”며 “이미 공시한 상황에 대해 큰 변동 사안이 있을 경우 변경 공시나 정정 공시를 통해 즉각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공정고시 규정 위반으로 드러나면 한미약품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또 최대 1억 원에 달하는 과태료와 벌점을 받게 된다. 벌점이 1년간 15점이 넘는 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한미약품의 지난달 30일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 공매도량은 4850주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서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시장에선 한미약품의 공매도 세력이 1주당 최대 23.24%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안 내부자 등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뛰어들었을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개장 직후인 오전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작년 7월 맺었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갑작스러운 악재 공시에 투매성 물량이 쏟아져 나와 이날 주가는 18.06% 추락한채 마감했다.

무엇보다 악재 공시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고 알렸던 터라 30일 개장 초 오름세를 보이던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 내부자 거래나 미공개 정보 유포 등으로 부당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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