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용 땐 임금·직무 새로 계약…정년연장 땐 기존 임금체계 적용이 원칙

임금피크제·근로시간 단축·취업규칙 특례가 변수…기업 인건비 부담도 관건

1967년생은 시행 전 퇴직자 구제, 1970년생은 임금 삭감 여부 주목

65세 법정 정년연장 연내 입법 쟁취 집회를 하는 모습 [뉴시스]
65세 법정 정년연장 연내 입법 쟁취 집회를 하는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65세까지 일할 수 있게 되더라도 기존 월급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정 정년을 연장해 기존 근로관계를 유지하는지, 60세 정년 이후 재고용 계약을 맺는지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년연장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면서 65세까지의 고용기간을 확보하는 문제 못지않게 고용 방식과 임금 수준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3~4월 재고용을 운영 중이거나 검토하는 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재고용 이후 월급을 줄였다는 기업은 34.2%로 나타났다. 임금을 삭감한 기업의 평균 감액률은 20.6%에 달했다. 월급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한 기업은 59%, 오히려 올린 기업은 6.8%였다. 정년 이후 재고용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임금이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법정 정년이 연장되면 기존 근로관계가 이어지는 만큼 원칙적으로 기존 임금체계와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연공급 임금체계와 고령 인력의 인건비 부담을 둘러싼 기업의 우려가 커질 수 있어 임금체계 개편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년연장 방식은 근로자의 소득 수준뿐 아니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고령자 고용 여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년연장특위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쟁점에 대한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찾아 지난해 정기국회 입법을 약속한 법정 정년연장과 관련해 “결실을 맺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저희의 고민과 진전 부분을 함께 나누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연내 처리를 추진하되 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도 열어뒀다.

민주당 특위가 지난 6월 검토한 초안은 재고용 의무를 먼저 도입한 뒤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이다. 2028년 퇴직자부터 재고용 의무를 적용하고, 2029년부터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높여 2037년 65세에 도달하도록 하는 구조다. 이 안대로라면 법정 정년이 처음 늘어나는 세대는 1969년생이다. 1968년생은 2028년 60세가 돼 재고용 의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2027년 시행 전에 퇴직하는 1967년생을 경과조치(법 시행 전후의 제도 공백을 줄이기 위해 기존 퇴직자에게도 새 제도를 적용하는 예외 규정)에 포함할지는 별도 쟁점이다.

다만 이 초안이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공개한 정책 방향은 법정 정년의 단계적 연장이지만, 재고용 의무를 먼저 도입할지와 구체적인 연도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정감사에서 “논의가 숙성되고 결단만 남았다고 판단되면 정부안도 조속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부안의 관건은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일정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기존 근로관계를 어디까지 유지할지, 재고용 근로자의 임금과 직무·근로시간을 어떻게 정할지다. 고용기간만 늘리고 임금과 근로조건을 별도 계약에 맡긴다면 근로자가 체감하는 정년연장의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65세 정년연장의 실효성은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느냐뿐 아니라 그 기간에 얼마를 받고 어떤 조건으로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

5년 더 일하면 임금 깎이나…호봉·임금체계는 유지되나

노동계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경영계는 일률적인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들어 기업 사정에 맞게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방식을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이 갈리는 핵심은 고용 기간만이 아니다. 정년을 연장할지, 퇴직 후 재고용할지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공급 호봉제를 유지한 채 정년만 늘리면 기존 임금표가 적용되는 기간이 길어진다. 근속이 길수록 월급이 오르는 구조에서 고령 노동자를 더 오래 고용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고용노동부 ‘2025년 임금체계 현황’에 따르면 호봉제를 운영하는 사업체는 13.1%로 2016년 21.7%보다 줄었다. 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도 직무급을 도입한 곳은 31.9%에 그친다. 경영계가 정년연장보다 재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다. 경총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조사에서 60세 이후 고용 방식으로 재고용을 택하겠다는 기업은 61.0%, 정년연장을 택하겠다는 기업은 32.7%였다.

임금체계 개편이 정년연장 논의와 함께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위 6월 초안에는 정년연장 대상자의 근로시간을 조정하고, 이에 맞춰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도록 한시적인 취업규칙 특례를 두는 방안이 담겼다. 민주노총은 이 특례가 노동자 동의 없이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특례를 도입한다면 적용 사업장과 기간을 어디까지로 할지, 노동자 동의와 노사 협의 절차를 어떻게 보장할지가 쟁점이다.

정년연장과 재고용, 월급 결정 방식 어떻게 다른가

법정 정년이 연장되면 기존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만큼 회사의 임금표와 단체협약이 적용된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감액이 시작되는 시점과 폭에 따라 퇴직 전까지 받는 총임금이 달라진다.

그러나 재고용은 기존 근로관계가 끝난 뒤 새 계약을 맺기 때문에 임금과 근로시간, 직무를 다시 정할 수 있다. 기존 업무를 이어갈 수도 있지만 관리직에서 물러나 숙련 전수나 품질관리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재고용 뒤 월급이 줄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총 조사에서 재고용 뒤 월급을 줄인 기업은 300~999인 기업의 51.9%, 1000인 이상 기업의 52.6%로 절반을 넘었다. 월급을 줄인 기업의 평균 감액률은 노조가 있는 곳에서 26.2%, 없는 곳에서 17.7%였다. 경총의 지난해 조사에서 기업의 절반가량(50.8%)은 재고용자의 적정 임금이 퇴직 전의 70~80%라고 답했다.

임금피크제가 재고용 임금에 추가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 6개 업종에서 최근 5년 이내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체 451곳을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79곳 중 53.2%는 정년 전에 낮춘 임금을 재고용 때 추가로 삭감했다. 7.6%는 임금피크제로 낮아진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지급했다. 반면 임금피크제가 없는 사업체에서는 77.6%가 정년 직전 임금을 유지했다. 재고용 사업체의 90.2%는 퇴직 전과 같은 일을 맡겼다.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사업체에서 직무와 근로시간이 유지되는데도 임금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하루 근무시간은 그대로 두고 주 5일에서 주 4일로 바꾸면서 월급을 20% 줄이면 시간당 임금은 유지된다. 반면 주 5일 근무와 기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월급을 20% 삭감하면 시간당 임금도 그만큼 낮아진다. 같은 감액률이라도 노동자가 제공하는 시간과 업무, 받는 보상은 다르다.

누가 다시 일하느냐도 중요하다. 경총 조사에서 재고용을 운영하거나 검토하는 기업의 80.4%는 필요한 인력을 선별해 재고용한다. 6월 초안은 희망자 전원 재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법에 정한 기준에 따라 사업주가 일부를 예외적으로 제외할 수 있게 했다. 예외를 넓게 인정하면 노동자는 퇴직 직전까지 자신이 대상인지 알기 어렵다. 1년짜리 계약을 한 차례 제안하는 것과 법이 정한 연령까지 갱신을 보장하는 것도 결과가 다르다. 중간에 계약이 끝나면 연금을 받기 전 소득 공백은 다시 생긴다. 노동자가 퇴직 후 생활비를 계획하려면 첫 계약의 월급과 함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나이를 알아야 한다.

1969년생부터 첫 적용…1970년생 월급은 얼마나 줄까

1970년생은 2030년에 60세다. 특위 초안 기준으로 그해 법정 정년은 61세, 재고용 의무 연령은 62세다. 새 정년을 적용받는 사업장에 계속 재직한다면 60세에 퇴직하지 않고 기존 근로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2031년에는 초안상 법정 정년이 62세로 높아진다. 이 상향분이 당시 재직자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실제 퇴직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2030년 정년 61세’라는 한 줄만으로 1970년생 개인의 퇴직연도를 확정할 수 없는 이유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69년생부터 65세다. 1970년생이 60세에 퇴직한다면 연금을 받기까지 5년의 소득 공백이 생긴다. 정년연장이나 재고용이 이 공백을 얼마나 메울 수 있는지가 제도 설계의 핵심이다.

월급은 어떻게 달라질까. 정년 직전 월급이 500만원이라고 가정하고 경총 조사 수치를 재고용 구간에 적용하면, 월급을 유지한 기업(응답 기업의 59%)에서는 500만원 그대로다. 월급을 줄인 기업의 평균 감액률 20.6%를 적용하면 약 397만원, 300인 이상 감액 기업(23.1%)은 약 385만원, 노조가 있는 감액 기업(26.2%)은 약 369만원이다. 기업이 적정선으로 보는 퇴직 전의 70~80%는 350만~400만원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재고용 기업의 임금 감액률을 500만원에 단순 적용한 가정이다. 정년이 연장된 기간의 임금은 기존 호봉표 유지 여부와 임금피크제 등 노사 합의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1970년생이라도 기존 근로계약으로 일하는 기간과 재고용 계약으로 일하는 기간이 어떻게 나뉘느냐에 따라 퇴직 전까지의 총소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재고용자의 실제 임금 변화를 추적한 연구도 있다. 노동연구원이 한국노동패널조사로 59세까지 정규직으로 일한 1955~1961년생을 분석한 결과, 같은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재고용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퇴직 전 292만9000원에서 퇴직 후 253만4000원으로 39만5000원(13.5%) 줄었다. 500만원에 대입하면 약 433만원이다. 다른 직장에 취업하거나 창업한 재취업자는 월평균 노동소득이 364만7000원에서 243만3000원으로 33.3% 줄었다.

두 수치는 기준이 다르다. 경총은 월급을 줄인 기업의 평균 감액률이고, 노동연구원은 재고용된 근로자 전체의 월평균 임금 변화다. 1955~1961년생이 퇴직한 시기와 지금의 재고용 현장이 같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두 조사 모두 재고용 뒤 월급이 줄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은 같다.

문제는 월급 수준만이 아니다. 같은 분석에서 대상자의 54.6%는 연금 수급연령까지 기존 정규직 일자리를 유지했고 20.8%는 재고용이나 재취업으로 소득을 이어갔지만, 24.7%는 퇴직 후 일을 하지 않아 노동소득이 끊긴 기간을 겪었다. 61세부터 연금을 받은 1955~1956년생은 이 비율이 12.5%였지만, 63세부터 받는 1961년생은 33.7%였다. 정년과 연금 사이 간격이 길수록 단절이 두드러졌다.

월급 논쟁이 닿는 노동자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따져야 한다. 고령층 고용률은 오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올해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55~64세 고용률은 71.5%, 65~79세는 47.8%로 1년 전보다 각각 0.4%포인트, 0.6%포인트 올랐다. 다만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여전히 일하는 사람은 30.5%에 그쳤고, 그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나이는 53.0세였다. 법정 정년 60세에 한참 못 미친다. 고용률이 높아도 법정 정년의 혜택이 닿는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다.

시행 직전에 정년퇴직하는 1967년생에게는 이전 직장에서 고용을 이어갈 경과조치가 관건이다. 정년에 이르기 전에 주된 일자리를 떠난 사람에게는 다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와 그곳에서 받을 임금이 더 중요하다. 같은 출생연도라도 정년까지 남아 있었는지에 따라 연금 수급 전 소득을 메울 경로가 달라진다.

기업은 인건비, 청년은 채용…우려 어떻게 풀까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년을 65세로 높이면 기업의 추가 고용비용이 연간 30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25~29세 청년 약 90만 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 설명이다. 청년 고용 사정도 나쁘다. 지난 9월 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4만7000명 줄어 47개월째 감소했고, 청년 고용률은 44.0%로 1.1%포인트 하락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가 비교 기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서 민간사업체의 55~60세 일자리는 늘었고 15~29세 일자리는 줄었다. 10~999명 사업체에서는 정년이 늘어난 고령자 1명당 청년 고용이 0.2명 줄었고, 1000명 이상 사업체에서는 1명 줄었다. 변화는 대규모 사업체와 종전 정년이 낮았던 사업체에 집중됐다.

영향은 사업장에 따라 다르다. 퇴직으로 생기는 결원에 맞춰 신입을 뽑는 곳에서는 기존 인력이 오래 남으면 채용할 자리가 줄 수 있다. 총인건비까지 고정돼 있으면 기존 인력을 더 오래 고용하는 비용과 신입을 뽑는 비용을 같은 예산에서 나눠야 한다. 반대로 숙련 인력이 부족한 사업장에서는 고령 노동자가 신입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임금을 조정해 인건비에 여유가 생겨도 청년 채용으로 이어지는지는 기업의 인력 계획에 달려 있다. 정원이 묶인 공공기관은 정원과 총인건비를 따로 풀어야 하고, 숙련 인력을 유지하려는 중소기업에는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 양대 노총은 지난달 29일 민주당에 연내 입법을 촉구하면서 중소기업 지원과 청년고용 확대 대책도 요구했다. 정부는 정년 연장·폐지나 퇴직 후 재고용을 도입한 일정 요건의 중소·중견기업 등에 계속고용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청년 채용 확대를 보완책으로 내놓는다면 계획 인원과 실제 입사 인원, 정규직과 기간제·체험형 인턴을 나눠 집계해야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정부안이 나오면 1970년생은 시행 일정에서 기존 계약이 언제까지 이어지고 이후 어떤 임금과 계약으로 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년 전에 주된 일자리를 떠난 사람에게는 재취업 지원이, 신입을 기다리는 청년에게는 실제 채용 계획이 소득 공백 대책의 효과를 가늠할 기준이 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 개혁안의 핵심 내용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조항을 합헌으로 인정했고 야당과 노동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파리=AP/뉴시스]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 개혁안의 핵심 내용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조항을 합헌으로 인정했고 야당과 노동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파리=AP/뉴시스]

프랑스에서는 2023년 공적연금 최소 수급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개혁에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벌어졌다. 연금 개시가 늦어지면 그 기간 일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람의 소득 공백이 길어진다. 한국에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배경에도 퇴직과 연금 사이의 공백이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OECD 평균 수준으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노인 빈곤율을 낮춰야 한다”며 “동시에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사정과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사회적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