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표 대결로 확전시 변수는
우호주주 분류 산은,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국민연금, 조원태 재선임 반대한 전례 있어
호반, 한진칼 평가이익 1조 이상 확보 추산
작년 LS 지분 매각에 일부선 차익실현 전망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늘리면서 호반그룹이 향후 경영권 분쟁까지 뛰어들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격화한다면, 표 대결 구도에서 한진칼 지분 5.46%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전례도 있다.
다만, 투자업계는 단기간에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 구도로선 경영권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경영권을 노리지 않더라도 투자 차익 실현 만으로도 호반 측엔 현 경쟁 구도 자체가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호반그룹은 작년에도 LS 지분을 전량 매각, 약 10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바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7월 10일 기준 한진칼 지분 매입에 약 8782억원을 투입, 1조원 이상 평가이익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됐다.
iM증권이 분석한 평균 매입단가는 5만9793원, 수익률은 125%를 웃돌았다. 한진칼 주가는 분석 당시 13만4700원에서 3일 기준 17만5200원으로 30.07% 상승한 만큼 평가이익은 훨씬 더 커졌다.
호반그룹은 이후에도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수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20.57%)을 넘어섰다고 판단,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호반그룹은 지난해 LS 지분 투자에서도 상당한 차익을 거뒀다. 지난해 3월 LS 지분 매입 사실이 알려진 뒤 지분율을 4.43%(140만4665주)까지 확보했다. 당시 계열사인 대한전선과 LS전선이 특허 침해와 기술 유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경영 개입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호반그룹은 같은 해 10~11월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호반그룹은 당시 LS 주식을 10만원대 초반에 매입해 20만~23만원대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주식 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000억원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결과적으로 투자 수익을 실현한 것이다.
한진칼 역시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이 상당한 수준이다. 호반그룹이 지분율에서 앞서더라도 경영권 확보까진 난관이 예상되는 이유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20.57%이며, 우호주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14.9%, 산업은행이 10.58%, LX판토스가 3.83%를 보유 중이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49.88%에 달한다.
조 회장도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섰다. 2일 한진칼 주식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에 총 370억5000만원 규모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는 다음달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 회장 측 우호주주로 분류되는 산업은행의 지분 10.58%는 향후 경영권 경쟁의 변수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2월 17일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있어 산업은행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확산된다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주요 변수가 된다. 국민연금은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도 경영 성과에 비해 보수 한도가 과다하다며 반대했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1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고, 2024년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국민연금은 올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양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모두에게 찬성하는 등 특정 진영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주지는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만약 한진칼에서 경영권 분쟁이 진행된다면 국민연금이 어느 한쪽을 지지하기에 부담이 클 수 있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여전히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소위 건설사의 ‘알박기’와 유사한 성격일 수 있다”며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을 고려하면 당장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하준 기자
hajun82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