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ㆍ원승일 기자]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 공공·금융부문이 내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작 직무ㆍ성과중심 임금체계를 도입한 기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고작 12%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70%가 넘는 기업들은 여전히 근속 연수가 많아지면 임금도 자동으로 상승하는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등 우리나라가 여전히 ‘후진국형 임금체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올해 상반기에 임금을 결정한 100인 이상 사업장(3691개소)을 대상으로 임금체계를 조사한 결과, 응답 사업장 3650곳 가운데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 사업장은 454곳으로 12.4%를 차지해 작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100인 이상 사업장 1만283개소 중 556곳(5.4%)이 임금체계를 개편한 것으로 조사된바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말 기준으로 조사대상기업 가운데 2566곳(70.3%ㆍ복수응답 포함)은 호봉제인 근속ㆍ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지배적 임금체계는 여전히 호봉제라는 얘기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직무급이나 능력급 등 성과위주의 임금체계가 정착된 상황과 확연히 대비된다. 선진국들은 직무, 숙련,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가 진화하고 있는데 한국의 임금체계는 ‘진화없는 갈라파고스형’ 연공급에 얽매여 있는 셈이다.

실제로 노동연구원의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연공성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럽연합(EU) 15개국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높고 일본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호봉제 비중은 2009년 72.2%에서 지난해 65.1%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이번 조사결과만 놓고보면 올해 상반기에 다시 70%대로 올라간 셈이다.

직무급이나 직능급의 비중은 여전히 미약하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직무급, 직능급이 실제로는 연공에 따른 운영이 다수를 차지해 엄밀한 의미의 직무급 비중은 약 5%, 직능급은 2~3%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됐다.

게다가 임금의 연공성(초임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수준)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성 지수는 2010년 3.43배에서 2014년 3.72배로 오히려 높아졌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인상되는 호봉급 탓이다. 특히 장기근속 혜택이 집중된 대기업과 공공·금융기관에서 연공성이 강화되면서 최근 기업규모별 임금격차가 확대된 결과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대기업에서 아직도 연공급에 집착하는 것은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하고 고용구조를 악화시킨다”며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반드시 이뤄내야 할 필수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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