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김상훈 의원실 제출 서면답변
비은행 자료요구 2024년 이후 ‘0건’
“당국 정보 공유…이슈 있을때 활용”
비은행 규모 확대…업권 파급력도↑
검사권도 제한…신현송 “대응할것”
관련 법안 2건 계류…의견조율 난망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비은행(은행 외 금융기관)’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최근 3년간 한국은행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자료를 요구한 적이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받는 정보로도 평상시 상황 파악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한은의 해명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비은행에 대한 자료 요구 권한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검사권도 한계가 있어 위기가 닥쳤을 때 한은이 발빠르게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동검사 권한 확대 등 비은행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4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은에서 받은 서면답변에 따르면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을 상대로 자료를 요구한 건수는 2024년부터 올해(9월까지) 3년간 한 건도 없었다. 2023년까지 보험사·새마을금고중앙회·상호금융·저축은행 등 비은행에도 자료제출 요구권을 발동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비은행이란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도 일반 상업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들을 통칭한다. 제2금융권으로도 불린다.
현행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은 일부 비은행에 대해서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기관, 한은과 당좌예금거래약정을 맺은 증권사·보험사·저축은행 또는 업권별 평균 자산규모 이상인 증권사·자산운용사·보험사·저축은행·카드사·캐피털사에 대해서는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소규모 비은행은 대상이 아니다.
최근 비은행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을 발동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비은행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은 레고랜드 사태처럼 이슈가 있을 때 활용하고 있다”며 “2024년 이후에는 비은행 관련 이슈가 두드러지지 않아 따로 발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은행 관련 정보는 금융감독원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받아보고 있다”며 “공유 자료를 충분히 활용하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과 금감원은 2023년 10월 저축은행·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과 그 중앙회의 자료를 공유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한은은 비은행 업권의 리스크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 왔다. 비은행은 은행보다 자금조달 기반이 약하고, 특정 영업에 기대는 정도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환 능력이 낮은 차주가 많고, 대내외 충격에 먼저 흔들리기 쉬운 구조라는 특징도 있다.
비은행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은이 재경위 소속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은행금융중개 자산 규모는 지난 2024년 말 6213조원이었다. 2020년(4936조원)과 비교하면 4년 새 26%가량 불어났다.
최근에는 업권 간 파급력도 커졌다.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은행 간 상호연계가 강해지면서 한 업권의 유동성 충격이 다른 업권으로 번지고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내외 주식투자 증가에 따라 가계 부문에서 조달한 자금을 비은행이 기업이나 해외 자산에 다시 투자하는 과정에서 자금 중개 경로가 복잡해졌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지난 12일 재경위 한은 국감에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한은의 금융안정 모니터링이 주식시장과 시중은행에 치우쳐 있다”며 “한은이 일부 검사권은 갖고 있지만 비은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사전에 금융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경로를 다 점검하고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은의 공동검사권도 이날 화두였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수행에 필요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공동검사는 대체로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상훈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는 4건, 은행지주사는 2건이었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공동검사는 1건에 그쳤다. 특히 올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유독 컸던 상황을 고려하면 미미한 실적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공동검사는 지급결제 관련 업무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신 총재도 한은의 검사 권한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공동검사권은 있지만 그 폭이 상당히 제한된 면이 있다”며 “(법률 개정 등)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지난 4월 취임사에서도 “기존의 틀만으로는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며 “비은행 부문 정보 접근성을 제고하고 금융기관의 부외거래, 비전통 금융상품 등으로 분석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한은의 자료제출 요구권과 감독권을 넓히려는 법안 2건이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9월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은 자료요구 대상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금융기관 중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서 ‘금산법상 금융기관’ 전체로 넓히는 내용이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달 자료제출 요구 권한 확대와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한은의 검사권이나 자료제출 요구권 등 비은행에 대한 권한 확대는 당국 간 영역 다툼과도 맞물려 있어 이견 조율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kimsta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