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패인’ 거리두기 나선 밴스 이어 “백악관, 루비오 사임 만류” 보도
백악관·국무부 “가짜뉴스”…NYT 인터뷰서 “사임할 계획 없다” 일축
2028년 대선 관련 질문에는 답변 회피…행정부 ‘충성파’ 줄사임 여부 주목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사임설이 잇따라 제기되자 루비오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202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들이 정치적 손익계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연쇄 이탈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행정부에서 일하는 것이 “언제나 내 계획이었다”며 사임설을 일축했다.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고 있는 루비오 장관은 사임설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모르겠다며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웃음이 난다. ‘어떤 자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게 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2028년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앞서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날 루비오 장관의 측근을 인용해 그가 사임하고 행정부를 떠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측근은 “루비오는 현재 공화당 대선후보 선두 주자다. 밴스 부통령을 명백히 앞서 있다”면서 “국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는 출마할 수 없고 이 행정부와 엮여있는 건 대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6일 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들을 인용해 루비오 장관이 행정부를 떠날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루비오 장관이 백악관 관계자들과 사임 문제를 논의했고, 자리에 남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도 보도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모두 “익명 소식통에 기댄 가짜뉴스”라며 보도를 부인했다.
3일 중간선거가 공화당의 참패로 마무리되면서 2028년 대선을 내다보는 공화당 유력주자의 손익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참패 다음날 패배 원인을 이란전쟁으로 돌리며 ‘상관’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중간선거에서 애초 한 발 뺐던 루비오 장관의 사임설이 잇따라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임기 후반 레임덕에 접어든 행정부에서 각료와 고위급 참모가 떠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며, 특히 이번 선거처럼 크게 진 뒤에는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루비오 장관이 내년 1월 전에 물러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기 전에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다.
루비오 장관이 2028년 대선에 나서지 않고 민간 부문으로 돌아가 그 이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미국프로풋볼(NFL) 커미셔너가 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 커미셔너의 임기는 2031년까지다.
측근들은 밴스 부통령이 출마할 경우 루비오 장관은 당내 경선에 뛰어들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루비오 장관은 밴스 부통령이 출마하면 가장 먼저 지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루비오 장관은 중간선거에도 관여하지 않으려 애를 써왔다. 지난 9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는 해외 순방을 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 유세 중에 무대에 불러올려도 한두 마디 인사만 하고 바로 내려갔다.
국무장관은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2028년 대선을 내다보며 이란전쟁이 트럼프 행정부에 가할 정치적 타격에서 선제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간선거가 끝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미 대선 모드에 진입한 상태다. 내년 초부터는 양당의 대권주자들이 출마 선언을 시작하고 여름이면 당내 후보 TV 토론을 필두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의 영향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애초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 인사에 가까웠던 루비오 장관도 차별화를 고민하며 향후 행보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NYT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감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캔자스주 유세에서 이란전쟁을 선거 변수로 언급한 데 대해 “주유소의 높은 기름값은 선거운동에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인기가 없더라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리더십의 대가”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의 강력한 경쟁자인 밴스 부통령은 참패 다음 날 패배 원인을 이란전쟁으로 돌리는 장문의 글을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루비오 장관은 밴스 부통령의 진단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국내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밴스 부통령이 중요한 시기에 상관을 약화시키며 배에서 뛰어내려 대선 출마 준비에 들어갔다고 평했다.
두 사람처럼 최고위급이 아니더라도 행정부 요직을 꿰차고 있던 ‘트럼프 충성파’ 인사들이 줄줄이 사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법무부 민권국을 이끌던 하르밋 딜론 차관보는 이날 사임했다. 중간선거 이틀 만에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처음으로 사임한 것이다.
딜론 차관보는 인종차별 철폐와 시민권 확대에 앞장서 온 법무부 민권국의 역할을 크게 축소하고 보수정책 중심으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번 중간선거에는 민권국 중심으로 사상 최대의 투표감시 활동을 벌였다.
내년부터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개시할 각종 조사의 칼날을 딜론 차관보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