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5000선 하회…2월 6일 이후 9개월만
유가증권시장 올해 11번째 서킷브레이커 발동
민주당 압승에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확산
삼성전자 10%·SK하이닉스 12% 안팎 급락
코스닥 동반 급락…올해 17번째 매도 사이드카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발 인공지능(AI) 관련주 투매 충격에 코스피가 6일 장중 5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미국 민주당의 선거 압승에 따른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로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개장 직후 매도세가 쏟아졌다. 코스피는 개장 3분 만에 올해 11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각각 10%, 12% 안팎 급락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0.54포인트(2.24%) 하락한 5263.26에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확대해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장 중 지수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6일 이후 9개월만이다. 오전 10시 기준 코스피는 8.35% 하락한 4934.09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가 개장 직후 8% 이상 하락하자 오전 9시 3분께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이때부터 20분간 매매가 중단됐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11번째로, 지난달 15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서킷브레이커가 해제된 이후에도 지수의 급락세가 지속해 오전 9시 34분께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어제 이어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다.
하락세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이 1331억원 순매도 중이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426억원, 865억원 순매수 중이다.
코스피는 간밤 미국 증시에서 민주당 압승에 따른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기술주 중심으로 ‘투매’가 나온 영향에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샌디스크(-22.26%)와 마이크론(-17.46%),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13.40%) 등 AI 관련주가 두 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내며 폭락했다.
이 여파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5.52% 하락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로 뉴욕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2.25% 폭락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장중 28.09까지 치솟으며 8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의회뿐 아니라 텍사스와 조지아 등 데이터센터 산업이 집중된 주요 지역에서도 선거 승리를 거두면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그동안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뒷받침해 온 대규모 설비투자와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간밤 뉴욕증시 삭풍 영향으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개장 직후 주가가 폭락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9.98% 하락한 18만1400원으로 20만원 선을 밑돌았고, SK하이닉스도 11.71% 내리며 111만6000원까지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장 중 한때 17만53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만약 이날 18만원대에서 장을 마감하면 종가 기준 지난 4월 7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19만원선을 내주게 된다.
코스닥 지수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23.98포인트(3.53%) 내린 654.43으로 출발한 뒤 낙폭이 확대돼 오전 9시 6분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발동된 17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이 483억원 순매수 중인 가운데 개인과 기관이 각각 489억원, 4억원 순매도 중이다.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서는 알테오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대부분이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증시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반응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강구하고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AI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며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을 촘촘히 점검하는 한편, 새로운 협력의 기회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AI 데이터센터 규제에 따른 투자 위축 우려를 시장이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규제에 따른 건설 지연 위험은 커졌지만, 기존 공급계약이나 반도체 실적이 훼손됐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고 연방 차원의 전면적인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민주당 압승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과 비용 상승 우려는 감내해야겠지만, 연방 차원의 전면적인 건설 중단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