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성수유니온랩, 서울시 2030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미지급 이유 ‘포괄임금’ 46.8%…근태시스템 있어도 근무기록 누락
66.8% “노조 상담·지원 거부감 없어”…한국노총, 청년 조직화 나서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서울에서 일하는 2030 임금노동자 가운데 초과근무를 한 10명 중 6명은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당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포괄임금이 가장 많이 꼽혔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등 회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통로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노총 성수유니온랩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이 발표한 ‘서울시 2030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한 응답자 352명 가운데 201명(57.1%)은 수당을 일부만 받거나 전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는 “포괄임금이라서”가 4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재량·유연근무라서” 18.9%, “아무 설명이 없었다” 15.9%, “요청 자체를 못 했다” 13.9%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53.0%는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연장·야간·휴일수당이 월급에 미리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개발자·디자이너·MD·리테일세일즈·마케팅·데이터AI 등 조사에서 ‘성수동형 직무’로 분류한 6개 직무의 수당 미지급·일부 지급 비율은 64.9%였다. 그 외 직무의 51.0%보다 13.9%포인트 높았다.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체계도 허술했다. 전체 응답자의 65.4%는 최근 3개월간 주 40시간을 넘겨 일했지만, 33.6%는 회사에 근태시스템이 없다고 답했다. 근태시스템이 있는 회사에 다니는 332명 가운데서도 56.0%는 실제 일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근무시간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응도 쉽지 않았다. 최근 1년간 괴롭힘을 직접 겪은 60명 중 43명(71.7%)은 신고하지 않았고, 15.0%는 신고 절차가 있는지도 몰랐다. 신고한 8명 가운데 제대로 처리됐다고 답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현재 일터를 떠나려는 청년도 절반을 넘었다. 전체 응답자의 55.0%는 이직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등 3년 뒤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계약직에서는 이 비율이 69.7%에 달했다. 번아웃을 자주 또는 가끔 느낀다는 응답은 82.6%, 회사의 보상체계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63.8%였다.
반면 노동조합이 제공하는 상담·지원 서비스에는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였다. 서비스 제공 주체가 노동조합일 경우 “노동조합인지 여부는 상관없다”는 응답이 52.0%,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는 응답이 14.8%로, 66.8%가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노조 가입 의향을 물은 결과와는 구분된다.
무료 노무사 상담·법률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81.8%였다. 필요한 서비스로는 동종업계 연봉·처우 비교 데이터(48.4%), 이직·커리어 상담(40.2%), 미지급 수당 계산·청구 지원(28.4%), 익명 회사 평판·조직문화 진단(28.4%) 등이 꼽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청년 조직화 거점인 성수유니온랩을 출범시켰다.
온라인 ‘성수 팝업스토어’에서 연봉과 평균 야근 시간을 입력하는 연장근로수당 계산기와 조사 결과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익명 카카오톡 라운지를 통해 일대일 상담을 연계한다. 성수역 출근길 정례 캠페인과 직군별 모임, 커리어 상담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서울 소재 사업장에서 일하는 만 20~39세 임금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업종·연령별 할당 표집 방식의 온라인 조사로, 응답자가 인식한 근로 실태를 집계한 결과다.
최미라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겸 청년위원장은 “청년이 노조를 떠난 것이 아니라 노조가 청년의 일터에 없었던 것”이라며 “회사 안에 말할 곳 없이 혼자 버티다 조용히 떠나는 청년들 곁에 성수유니온랩이 먼저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내 연봉이 적정한지, 야근수당은 제대로 받는지 확인하는 일”이라며 “그 질문에 답하는 데서부터 노동조합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