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식품 피라미드, 버터·소기름 등 배치
하버드 “포화지방 제한과 모순적” 지적
WHO ‘총지방, 열량 30% 이하’에도 이견
양보다 ‘종류’ 중요, 불포화지방으로 대체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소기름과 버터, 치즈…. 포화지방이 많은 동물성 지방 식품들이 미국의 새 식이지침 식품 피라미드에서 눈에 띄게 배치됐다. 마치 포화지방 섭취 제한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실제 가이드라인은 ‘포화지방 섭취량이 하루 총열량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존 항목을 유지했다.
미국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영양학자들은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은 영양학 연구를 선도하며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다. 대학원의 영양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영양학 교수인 프랭크 후는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을 얼마나 먹어야 할지에 대해 모순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이러한 혼란은 포화지방 섭취를 늘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식품 피라미드에서 포화지방이 많은 동물성 식품(육류·유제품)과 포화지방 함량이 낮은 식물성 식품을 함께 묶어 놓아 혼란스럽다는 의견이다. 어떤 식품을 더 자주 또는 덜 먹어야 적정량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새 지침을 일상에서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하루 2000㎉를 먹는다면, 포화지방 제한량인 ‘총열량의 10%’는 약 22g에 해당한다. 새 지침은 2000㎉의 경우 유제품을 하루 3회 분량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예를 들어 우유 1컵, 그릭 요거트 ¾컵, 체더 치즈 약 28g을 각각 먹는 양이다. 이를 모두 먹으면 포화지방 섭취량은 총 17g에 달한다.
여기에 지침에서 ‘조리용 지방’으로 제시된 버터나 소기름을 1큰술만 추가해도 포화지방이 각각 6~7g이 추가돼 하루 포화지방 제한량을 넘기게 된다. 이는 단백질 식품 등 다른 음식에 포함된 포화지방을 제외한 수치다. 새 지침이 권장하는 식품을 조합해 먹으면, 포화지방 섭취 제한량을 쉽게 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은 “우리가 먹는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의 종류”라며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이를 건강한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방 섭취량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2023년)에도 이견을 제시했다. “성인의 ‘총지방’ 섭취량을 총열량 섭취량의 30% 이하로 제한하라”는 WHO의 권고다.
하버드 영양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지방 식단’이 만성 질환 위험을 낮추거나 체중 감량에 도움 된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2018)이 다룬 스페인 대규모 임상시험 연구에 따르면, 총열량의 39~42%를 불포화 지방으로 주로 섭취하는 ‘지중해식 식단 그룹’은 ‘저지방 식단 그룹’보다 심혈관 질환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낮았다. 지중해 식단 그룹은 WHO가 권고하는 총지방 섭취량을 넘겼지만, 오히려 건강 지수가 높게 나온 것이다.
하버드 영양학자들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대신 식물성 불포화지방 섭취를 권장한다’는 WHO 지침에 동의하나, ‘총열량의 30% 이하’라는 총지방량의 일률적인 제한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무조건 지방의 양을 줄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섭취하는 지방의 종류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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