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상황]

지난해 말 한계기업 비중 19.1%

부동산·금속제품 등 크게 상승

유동성 여건 취약…시장조달도↑

부진업종 중심 취약성 누증 우려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헤럴드DB]
충남 서산시 대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 기자] 작년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이 한은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 업종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부실 위험이 큰 높은 기업에 대한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9월)’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전체 외감(외부감사) 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기업 수 기준)은 19.1%로 1년 전(17.1%)보다 2%포인트 올랐다. 이 수치는 한은이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컸다.

한계기업이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도는 기업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다는 것은 회사가 3년간 거둬들인 이익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많은 상황을 뜻한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모두 13.7%에서 15.5%, 18%에서 20%로 뛰었다.

업종별로 보면 대부분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올랐다. 그중에서도 부동산(39.4% → 43.7%), 금속제품(8% → 11.6%) 등의 상승폭이 컸다. 그 밖에도 건설(11.7% → 12.1%), 석유화학(11.1% → 12.8%), 도소매(10.7% → 13.4%) 등 업황이 부진한 업종도 올랐다.

금융기관 여신 기준으로 한계기업 비중을 보면 2023년 21.7%에서 2024년 15.6%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21.2%로 1년 만에 반등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비중이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의 상승폭(19.2% → 28.9%)이 대기업(14% → 18.2%)보다 더 컸다.

업권별로는 은행과 비은행 모두 한계기업 비중이 확대됐다. 증가폭은 비은행이 16.6%에서 27%로 오르며 은행(15.1% → 18.4%)을 크게 웃돌았다. 한계기업의 금융기관 여신 중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38.2%에서 42.2%로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글로벌 공급과잉 등 구조적 문제로 업황 부진을 겪는 석유화학, 금속제품 등 일부 수출업종과 도소매업에서 한계기업 비중 상승폭이 컸다. 특히 석유화학은 2021~2022년 일시적 호황 이후 2023년부터 구조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비중이 2024년 14%에서 지난해 36.1%로 2.6배가량 급등했다.

한계기업들은 유동성 여건도 취약한 상황이다. 한계기업의 현금성 자산 비중은 6.6%로 비한계기업(11%)의 60%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재무적 완충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동비율도 77.2%로 100%를 밑돌았다.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은 것이다. 앞으로 단기간에 상환 요구가 늘면 유동성 경색이 올 우려가 있다.

한계기업은 시장성조달에 대한 의존도 최근 급격히 커졌다. 시장성조달 의존도란 총차입금 중 시장성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한은은 “시장성조달은 시장금리나 투자심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한계기업의 시장성조달 의존도 상승은 향후 신용경계감 강화 등 시장여건 급변 시 유동성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부실 위험도는 완화하는 추세다. 한계기업 중 부실위험기업의 비중은 2023년(45.3%) 이후 2년 연속 떨어지며 지난해에는 38%로 집계됐다. 금융기관 여신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33.7%에서 26.1%로 떨어졌다. 한은은 “한계기업 전반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되고 수익성 부진이 일부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금리 상승에도 경기 개선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종별 차별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업황 부진 업종을 중심으로 취약성이 누증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와 시장성조달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차환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유의하여 취약업종에 대한 여신 모니터링 및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위험이 높은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한편 과도한 경계심리가 기업금융시장 전반에 확산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정상기업에 대한 자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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