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5조 ‘쾌적한 주거생활’ 실현 목표... 주거비 시중 임대주택 절반 수준으로 낮춰

임차·투자·소유 중 선택 가능한 공공주택 구상...‘구민 민회’ 통해 주민주권 행정도 본격화

조유진 영등포구청장(가운데)이 9월 18일 저녁 영등포공원에서 열린 ‘제2회 영등포구 원조맥주축제’ 개막 현장을 찾아 건배를 외치고 있다.
조유진 영등포구청장(가운데)이 9월 18일 저녁 영등포공원에서 열린 ‘제2회 영등포구 원조맥주축제’ 개막 현장을 찾아 건배를 외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헌법의 가치를 지방행정에 구현하려는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조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당료를 거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 정책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특히 청와대 재직 당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서울법대를 나왔으니 헌법을 연구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이후 헌법 연구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관련 연구기관을 이끌고 관련 저서도 5권 이상 펴내는 등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헌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조 구청장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 원리를 비롯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평등 등을 규정한 헌법이 모든 행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 9기 영등포구청장 공약으로 ‘헌법도시’ 조성을 내건 것도 이런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조 구청장이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헌법주택’ 추진 구상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헌법 제35조 제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이 같은 헌법 정신을 토대로 영등포구에 양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구청장은 “공공이 신축하거나 매입한 양질의 주택을 기반으로 입주자가 임차뿐 아니라 투자와 소유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혼부부나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 등에 입주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거주 비용은 시중 임대주택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하게 하겠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과 협력해 자치구 차원에서도 실효성 있는 주택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헌법주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와 재원 조달, 입주자의 투자·소유 방식 설계 등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LH·SH 및 서울시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조 구청장은 취임 이후 고대 그리스의 민회에서 착안한 ‘구민 민회’를 열어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주민이 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참여 행정은 이미 여러 자치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민선 5기 김영배 성북구청장(현 국회의원) 재임 당시에도 금연구역 지정 등 지역 현안을 주민이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참여 정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조 구청장이 이를 ‘민회’로 명명한 것은 단순한 주민 의견 수렴을 넘어 국민주권과 주민자치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정에 뿌리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구청장은 민선 9기 1호 결재로 ‘헌법도시 선언’을 선택했다. 그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평등, 민주와 법치, 인권과 분권의 헌법 가치가 영등포구의 모든 정책과 행정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천하제일 영등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민선 9기 영등포구를 이끄는 조유진 구청장. ‘헌법주택’이 선언적 구호를 넘어 주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지, 그의 다음 ‘헌법적 행보’가 주목된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