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눈, 손, 마음(마틴 게이퍼드 지음·조주연 옮김, 에포크)=선사시대 동굴 벽화부터 현대 미술까지 회화는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예술 형식이다. 사람들은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사유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거장들은 빈 캔버스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소재와 재료를 어떻게 택하고, 붓질을 할까. 미술 비평가인 저자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프랭크 아우어바흐, 데이비드 호크니, 파울라 레구, 제니 새빌, 프랭크 스텔라, 이우환, 쩡판즈 등 많은 작가와 30여 년에 걸쳐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화가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손과 눈과 마음이 모두 필요하다”는 중국 격언을 즐겨 인용했다. 위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적합한 재료와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손, 그림의 분위기와 정신을 파악하는 마음, 눈의 판단이 지속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은 예술가의 생애와 이야기, 미술사를 통해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절대 쫄지 마(스티븐 킹 지음·이은선 옮김, 황금가지)=‘공포소설의 거장’이자 ‘이야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티븐 킹의 최신작이자 66번째 장편소설이다. 신작에서도 스티븐 킹 세계관을 대표하는 핵심 캐릭터인 탐정 홀리 기브니가 문제 해결에 나선다. 이야기는 경찰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편지에는 무고한 죽음에 대한 속죄로써 열세 명의 죄 없는 자와 한 명의 죄지은 자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끔찍한 편지 내용은 곧 현실이 된다. 이 가운데 홀리 기브니는 스토커의 집요한 위협에 시달리는 어느 여성 인권 운동가의 경호를 맡게 되는 등 두 가지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된다. 별개인 줄 알았던 두 사건은 점차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며, 그 과정에서 홀리는 그릇된 정의감과 신념이 초래한 범죄를 막기 위해 활약한다. 당초 작가는 2021년 톱스타 레이디 가가의 반려견 납치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구상했지만, 집필 중 방향을 틀어 스토커의 위협에 시달리는 여성 인권 운동가, 그리고 그를 지키는 경호원 이야기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의 유토피아(크리스틴 R. 고드시 지음·성원 옮김, 사람in)=이상적이고 완벽한 사회를 뜻하는 ‘유토피아’는 흔히 ‘비현실적’이란 말과 동의어로 쓰인다. 그러나 미국의 민족지학자 크리스틴 R. 고드시는 이러한 편견에 맞서, 유토피아주의가 2000년 넘는 역사 속에서 꾸준히 반복돼 온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증명하고자 저자는 세상이 격변할 때마다 등장해 인류에게 영감을 준 유토피아주의가 결국 현실이 되어온 과정을 되짚는다. 대표적 예는 보편적 보육이다. 플라톤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알지 못하는 공동 양육의 나라 ‘칼리폴리스’를 상상했고, 19세기 엥겔스는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 보육을 주장했다. 21세기 들어 이들이 그린 공공 보육은 결국 일상이 됐다. 한때 급진적 상상에 불과했던 발상이 시간이 흐르며 제도와 현실로 자리 잡은 셈이다. 저자는 서구 사상사를 넘어 아시아·아프리카의 유토피아 공동체까지 시야를 넓히며, 세계 각국의 현실 속에서 ‘사회적 꿈’을 함께 실현하자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위험이 따르더라도 여전히 삶을 조직하는 다양한 방법을 꿈꾸고 있는 등 유토피아주의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의 실험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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