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여야 의원들 “통합 자체보다 인천항 자율성 보장이 먼저”

인천신항·배후단지·내항 재개발… “국가 차원의 중장기 투자계획 선제시해야”

인천광역시의회는 18일 의회 본관 앞에서 4대 항만공사 강제 통합 반대를 촉구했다. [인천시의회 제공]
인천광역시의회는 18일 의회 본관 앞에서 4대 항만공사 강제 통합 반대를 촉구했다. [인천시의회 제공]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정부가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등 4대 항만공사를 하나로 묶는 통합 구상을 내놓으면서 인천항을 둘러싼 ‘결정권’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천광역시의회가 정부의 통합 추진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단순히 조직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은 통합 이후 인천항의 주요 사업과 투자 방향을 누가 결정하느냐, 인천항에서 발생하는 사업·투자 재원이 인천항의 미래를 위해 안정적으로 투입될 수 있느냐에 있다.

인천시의회 여야 의원들은 18일 시의회 본관 앞에서 ‘4대 항만공사 강제통합 반대 성명’을 내고 현행 방식의 통합 추진을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의원들은 “인천항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과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조직 통합부터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효율성’… 인천은 ‘결정권’에 주목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은 4대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기존 항만공사를 지역 지사 형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방향은 기능 중복과 과당경쟁을 줄이고 통합 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시의회가 바라보는 문제의 지점은 다르다.

하나의 통합기관이 전국 항만의 재원과 투자사업을 조정할 경우 각 항만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고 특정 지역이 필요로 하는 사업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천항의 경우 인천신항과 배후단지, 내항 재개발 등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들이 산적해 있다.

통합 이후 이들 사업에 필요한 재원과 투자 결정이 과연 인천항의 필요에 맞춰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천항의 미래 사업을 인천항의 시각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유지되는가라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인천신항·배후단지·내항 재개발… 투자계획부터 내놓으라는 이유

시의회가 정부에 요구한 것은 명확하다. 통합을 서두르기 전에 인천항의 주요 사업에 대한 중장기 국가재정 투자계획부터 제시하라는 것이다.

인천신항과 배후단지, 내항 재개발 등 핵심 사업이 통합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투자계획을 먼저 확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통합 이후 인천항에 대한 투자 규모와 우선순위가 어떻게 결정될지 현재 제시된 방안만으로는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시의회의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시의회는 따라서 ‘조직 통합’보다 먼저 인천항의 자율성과 재정 안정성, 중장기 투자계획을 담보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4개 항만은 기능도, 지역경제도 다르다”

시의회는 물리적인 조직 통합만이 효율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4개 항만공사가 각 지역의 산업과 물류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해 온 만큼 항만별 자율·책임경영 원칙을 유지하면서 공동사업과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국 단위의 협력은 강화하되 지역 항만의 특성과 전문성, 의사결정 구조까지 하나로 묶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인천항이 지역경제와 물류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항만 운영에 대한 지역 단위의 판단권이 일정 부분 유지돼야 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인천항 통합 논란의 최종 쟁점은 ‘누가 결정하느냐’

이번 논란에서 결국 정부와 인천시의회의 시각 차이는 통합의 필요성 자체보다 통합 이후의 운영 구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기능 중복 해소와 운영 효율성을 통합의 주요 이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인천시의회는 통합 이후 인천항의 의사결정권과 투자 재원이 어떻게 보장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요구하고 있다.

시의회는 인천항만공사 개편이 인천항의 기능과 경쟁력,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충분한 법률 검토와 지역사회 협의를 거쳐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인천항의 자율성과 재정 안정성, 중장기 투자계획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부터 추진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게 의원들의 입장이다.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통합 세부안에서 인천항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투자 재원 확보 방안, 주요 사업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제시될지가 향후 논란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