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플랫폼에 규제 5년간 한시 면제…토큰 증권 규제 정비 본격화
의결권·배당 등 주주권 보장 토큰만 취급해야…기업엔 거부권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존 주식을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 형태로 사고파는 ‘토큰 주식’ 거래가 본격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미국에서 토큰 주식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주식의 24시간 거래가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C는 17일(현지시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토큰 주식 거래 플랫폼에 기존 증권거래소에 적용되는 일부 규제를 5년간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즉시 발효된다.
토큰 주식은 기존 주식을 블록체인상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디지털 토큰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거래되는 토큰 주식은 배당과 의결권 등 기존 주식과 동일한 주주 권리를 가져야 한다.
가령 애플 주식을 토큰화할 경우 단순히 애플 주가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토큰이 아니라 배당과 의결권 등 애플 주식에 부여된 권리를 갖는 토큰이어야 한다. 반면 실제 주주 권리 없이 주가 움직임만 추종하는 합성 주식 토큰은 이번 조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동안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이 토큰 주식 거래를 중개할 경우 증권거래법상 거래소로 간주돼 관련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거래 투명성과 기록 유지 등 SEC가 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플랫폼은 일부 규제를 면제받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은 미국 가상화폐 시장의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 법안’이 상원에서 무산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으로, SEC가 기존 권한을 활용해 토큰 증권에 대한 규제 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법률이 부여한 권한인 ‘혁신 면제’를 통해 일부 토큰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촉진함으로써 미국 자본시장을 디지털 시대로 이끌기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토큰 주식 거래가 확산하면 기존 증시의 거래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24시간 거래와 보다 신속한 결제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토큰 주식 거래가 기존 증시와 별도의 시장에서 이뤄질 경우 유동성이 분산되고 투자자 보호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EC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이번 규제 면제에 거래량 상한과 거래 투명성, 기록 유지 등의 조건을 달았다.
기업 역시 자사 주식의 토큰화를 거부할 수도 있다. 제3자가 특정 기업 주식을 토큰화하려면 해당 기업에 30일 전에 통보해야 하며 기업이 반대하면 거래할 수 없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