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너무 높고 너무 오래 지속…여름 물가도 의미있는 개선 없어”
“완화 일부 제거”…유가발 물가상승 2·3차 파급 차단 강조
연속 인상엔 선 그어…“향후 결정 예단하지 않을 것”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가 최근 더 강해졌으며 현재 금융 여건도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에도 추가 긴축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다만 이번 인상이 연속적인 금리 인상의 시작인지를 두고는 향후 결정을 예단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워시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결정은 미국 경제가 강해지는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내려졌다”며 “신규 채용, 민간 부문 소득, 기업 설비투자 등 이러한 지표들은 최근 몇 달간 개선됐으며 긍정적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FOMC에서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다. 표결권을 가진 FOMC 위원 12명 모두 인상에 찬성했다.
워시 의장은 금리 인상 배경으로 무엇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를 지목했다. 그는 “5년 넘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분명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여름 인플레이션 지표는 기조적인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말해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토대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약 3.6%였을 것으로 추산하면서 여러 물가 항목이 6개월과 12개월 기준 모두 3%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시 의장은 “오늘의 정책 조치는 위원회의 2% 목표로 인플레이션을 보다 적시에 되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우리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와 고용은 추가 긴축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견조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이 약 4.1%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구인 건수와 주당 근로시간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업수당 청구 역시 완전고용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연준의 양대 책무 가운데 고용 측면은 “좋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 상황도 긴축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재확인했다. 워시 의장은 “광범위한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이러한 견해가 이번 FOMC 회의에서도 위원들 사이에 폭넓게 공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금리 인상으로 “완화의 일부(a dose of accommodation)를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과 신용 여건을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에 보다 부합하는 수준으로 조정했다는 의미다.
특히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처럼 연준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공급 충격에 대해서는 물가 전반으로의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시 의장은 “유가든 식료품이든 연준이 개별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할 일은 상대가격의 변화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2차, 3차 효과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자체를 금리로 떨어뜨릴 수는 없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 임금과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번지는 것은 막겠다는 의미다.
지난 7월 동결에서 이번 인상으로 돌아선 배경으로는 경제와 물가, 지정학적 상황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워시 의장은 지난 회의 이후 7주간 광범위한 경제지표에서 미국 경제가 강해졌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물가 역시 자신이 제시했던 기준을 충족할 만큼 개선되지 않았으며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판단도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세 가지 요인이 이날 만장일치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인상이 연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질문에 “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I’m not in the forward guidance business)”라며 “앞으로 우리가 내릴 어떠한 결정도 예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개별 경제지표 하나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그는 “추세가 중요하다”며 “데이터는 잡음이 많고, 개별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집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FOMC 참석자들이 제시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4.1%로 지난 6월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현재 기준금리 상단이 4.00%인 만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워시 의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금리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FOMC 참석자들의 전망을 소개하며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3%, 내년에는 2.4%를 기록하고 PCE 물가상승률은 올해 3.7%에서 내년 2.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향후 경제 전망과 관련해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으로 기울어 있는 반면 노동시장 위험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위험을 고용 위험보다 더 크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정책 무게중심이 당분간 물가 안정에 놓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