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만 늘고 학교는 그대로…잠실 교육지도 다시 짜야”

재건축 이후 학생 늘었지만 학교 인프라 제자리

잠실중 과밀, 잠실고 진학 수요까지 ‘교육 병목’

서울교육재정, 집행보다 학생 체감 효과 따져야

AI 교육격차·학교 밖 청소년까지 지원체계 넓힐 것

윤유진 서울시의원이 1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며 잠실 지역의 과밀학급과 학교 수급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윤유진 서울시의원이 1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며 잠실 지역의 과밀학급과 학교 수급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대규모 재건축으로 도시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아이들이 다닐 학교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윤유진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송파1)이 바라본 잠실 교육 문제의 출발점이다.

윤 의원은 1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잠실의 중학교 과밀과 고등학교 진학 수요 문제를 동시에 꺼냈다. 이미 고밀도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한 상황에서 학교를 새로 지을 땅을 찾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존 학교 증축과 가용부지 활용, 학생 배치 조정까지 포함한 새로운 교육수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진행될 재건축에서는 입주가 끝난 뒤 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 초기부터 예상 학생 수와 학교 수요를 도시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무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그가 서울시의회 입성 후 선택한 상임위원회가 교육위원회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세청, 금융권, 세무 업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기획경제위원회를 당초 고려했지만 지역 학교를 직접 둘러본 뒤 생각을 바꿨다.

학교 현장에서 확인한 교육환경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윤 의원의 의정활동 관심도 학교 수급과 교육재정, 인공지능(AI) 교육격차 등으로 넓어졌다.

재건축 이후 드러난 ‘학교 병목’…중학교부터 고교까지

그가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지역 교육현안으로 꼽은 곳은 잠실4·6동이다.

두 동을 통틀어 중학교는 잠실중학교 한 곳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잠실중은 한 학년이 14개 학급에 이를 정도로 학생이 집중돼 있다. 최근 학교를 직접 찾아 학생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교육환경도 확인했다.

문제는 고등학교 진학 단계에서도 이어진다.

기존 남학교였던 잠실고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됐지만 학년당 전체 학급 수는 늘지 않았다. 기존 7개 학급이 남학생 4개, 여학생 3개 학급으로 나뉘면서 지역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학 여건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부 학생은 강동구 등 다른 지역 학교까지 지원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윤 의원은 “잠실중은 한 학년이 14개 학급에 이를 정도로 학생이 몰려 있는데 잠실고는 남녀공학 전환 이후에도 학년당 학급 수가 늘지 않았다”며 “같은 지역에서 중학교는 과밀하고 고등학교는 갈 자리가 부족한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개별 학교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대규모 재건축과 인구 변화에 교육시설 계획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면서 시간이 지나 학교 수급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 과정에서 학교 부지를 확보하면 용적률과 사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교육시설 확보가 후순위로 밀리고, 입주 이후 증가한 학생을 기존 학교가 받아내는 방식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완료된 잠실에서는 학교 신설 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윤 의원은 기존 학교 증축과 학생 배치 조정 등 여러 대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의 재건축에서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예상 가구 수뿐 아니라 학생 발생 규모와 학교 수용 능력까지 함께 따져 교육시설 확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유진 의원이 “재건축에 따른 학생 수요를 도시계획 단계부터 반영하고 학교와 지역 여건에 맞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윤유진 의원이 “재건축에 따른 학생 수요를 도시계획 단계부터 반영하고 학교와 지역 여건에 맞는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예산 얼마 썼나보다 어디에 썼나가 중요”

학교 현장을 살피면서 윤 의원의 세무 전문성은 교육재정으로 이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용하는 예산은 11조원을 웃돌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과밀학급이나 노후 시설 등 당장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윤 의원은 당선 이후 지역 학교를 돌며 교장과 학부모를 직접 만나 현안을 듣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의 요구가 교육지원청과 서울시교육청 등으로 전달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했다.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해도 담당 부서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연락을 돌려야 하거나 학교와 교육당국 사이에서 현안 해결이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전달 구조부터 바꾸기 위해 학교별 학부모들과 소통방을 운영하고 간담회 전에 현안과 질문을 미리 받고 있다. 시의원으로서 민원을 받아 교육청에 전달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와 학부모, 교육당국이 현안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예산을 바라보는 기준도 ‘집행 규모’에서 ‘현장 효과’로 옮겨야 한다고 봤다.

윤 의원은 “교육예산은 규모보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였는지가 중요하다”며 “집행되지 않고 남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에 묶인 재정은 없는지 살피고, 과밀학급과 교육환경 개선처럼 학생들이 지금 겪는 문제에 예산이 먼저 투입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가오는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단순히 사업별 집행률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목적에 맞게 예산이 사용됐는지, 실제 학생과 학부모가 정책 효과를 체감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교실 밖으로 넓어진 AI 격차…“누가 소외되는지도 봐야”

그의 관심은 학교 공간과 예산을 넘어 빠르게 변하는 교육환경으로도 향하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학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학교 교육과 지원체계가 기술 변화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윤 의원의 판단이다. 인터뷰 당일 오전에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교육현장에서 AI가 이미 학습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가 유료화·고도화되면서 가정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서비스와 활용 경험에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단순히 학교에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거나 A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용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이 생기지 않는지까지 정책 대상으로 살펴야 한다고 봤다.

학교 밖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중심으로 AI 교육이나 디지털 기기 지원 정책을 설계할 경우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은 지원체계에서 빠질 수 있다.

윤 의원은 AI 교육정책의 범위를 재학생에 한정하기보다 학교 밖 청소년을 포함해 기술 변화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그가 그리고 있는 교육정책의 방향은 ‘현장에서 먼저 답을 찾는 것’으로 모인다. 재건축 단계에서 학교 수요를 미리 반영하고, 교육예산은 학생들에게 시급한 문제부터 투입하며, AI 시대 새로운 교육격차까지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윤 의원은 “시의원이 되고 보니 주민일 때보다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많은 분을 만나면서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실제 변화로 연결하는 부지런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윤 의원이 잠실 교육환경 개선, 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용, AI 시대 교육격차 해소 등 향후 교육위원회 의정활동 방향을 밝히고 있다. 양정원 기자
윤 의원이 잠실 교육환경 개선, 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용, AI 시대 교육격차 해소 등 향후 교육위원회 의정활동 방향을 밝히고 있다. 양정원 기자

7toy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