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發 물가 불안에 5차례 동결 끝 인상

워시 취임 후 첫 금리 조정…트럼프 ‘인하 요구’와 정반대

미 기준금리 추이(4.0)
미 기준금리 추이(4.0)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뛰고 물가 불안이 다시 커지자 5차례 연속 이어온 금리 동결 행진을 끝내고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3년2개월 만이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2024년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한 뒤 같은 해 11월과 12월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지난해에도 9월과 10월, 12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올해 들어서는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이번 인상의 결정적인 배경은 다시 고개를 든 물가 불안이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미국 경제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3.4%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 근원 물가보다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전체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의 충격이 미국 소비자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시장은 이미 연준의 긴축 가능성을 빠르게 가격에 반영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시장의 관심도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에서 ‘얼마나 긴축적으로 대응할 것인가’로 이동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취임 이후 첫 금리 조정이 ‘인하’가 아닌 ‘인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과 차입비용 완화를 위해 연준에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연준은 오히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물가 안정을 우선하는 선택을 했다.

이번 결정으로 연준은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더욱 어려운 정책 선택을 이어가게 됐다. 금리를 올리면 수요를 억제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처럼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물가 충격 자체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미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 긴축은 미국 경제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릴 경우 고유가로 시작된 물가 상승이 서비스 가격과 임금 등으로 번지면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연준이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도 이 같은 2차 물가 상승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