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으로 잃은 돈 보상해줄게”

도박 사이트 사칭 후 대포통장 모집

국내 영세 납품업자 대상으로 범죄

“소화용품 필요하다” 대리 구매 유도

태국 파타야 거점 노쇼 사기 조직원이 태국 경찰에게 검거된 직후 촬영된 모습. [서울경찰청]
태국 파타야 거점 노쇼 사기 조직원이 태국 경찰에게 검거된 직후 촬영된 모습. [서울경찰청]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태국에서 국내를 겨냥해 전형적인 노쇼 사기를 벌여 온 조직 10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범행에 사용할 대포계좌를 직접 모집하고, 국내 영세 납품업자들을 대상으로 6억원을 편취했다. 일당은 3인 1조로 팀을 구성한 후 다른 조직원들과는 연락을 금지하는 등 수사기관 검거에 대비한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16일 “태국에 콜센터를 마련하고 6억원대 노쇼 사기를 벌인 사기 조직원 10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쇼 사기 조직에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노쇼 사기 조직은 태국 파타야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범행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파타야의 한 리조트 1~3층에 콜센터를 차린 후 범행에 사용할 대포계좌 모집부터 사기 등 온갖 범행을 이어왔다.

조직원들은 ‘○○로또’, ‘로또○’ 등 사설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잃은 회원들에게 접근해 대포계좌를 얻어냈다. 일당은 회원에게 연락해 자신을 도박 사이트 ‘영업팀장’이라고 소개하며 “도박으로 입은 손실을 보증보험사를 통해 보상하겠다”라고 속였다.

태국 파타야 거점 노쇼 사기 조직원이 사칭한 불법 도박 사이트 직원 명함. [서울경찰청]
태국 파타야 거점 노쇼 사기 조직원이 사칭한 불법 도박 사이트 직원 명함. [서울경찰청]

감언이설에 넘어온 회원들에게 “보상금 책정을 위해 새 계좌를 개설 후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조직은 이들의 계좌와 개인정보를 탈취해 범행에 이용하며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했다.

이들의 사기 수법은 전형적인 노쇼 사기였다. 피해자에게 특정업체를 지정한 후 일정 물품을 대리 구매하게끔 유도한다. 그 후 사기조직은 특정업체에 입금된 돈만 챙겨 잠적하는 수법이다.

일당은 확보해놓은 피해자 리스트를 통해 국내 영세 설비 납품업자를 겨냥해 범죄를 벌였다. 리스트의 납품업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교도소 ▷대학교 ▷한국원자력통제원 ▷시청 ▷교육청 등을 사칭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인 듯 속인 후 대량의 물품을 선주문해 신뢰를 쌓았다. 그 후 본격적인 범행을 벌였다. 이들은 ‘소방점검이 예정돼 급하게 질식소화포, 소화기 등이 필요하다’며 특정 업체에서 해당 물품을 대리 구매해달라고 유도했다.

그러면서 일당은 미리 탈취한 대포계좌를 특정업체의 계좌인 것처럼 알려줘 약 22명에게 6억원을 편취했다.

태국 파타야 거점 노쇼 사기 조직원이 태국 경찰에게 검거된 직후 촬영된 모습. [서울경찰청]
태국 파타야 거점 노쇼 사기 조직원이 태국 경찰에게 검거된 직후 촬영된 모습. [서울경찰청]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철저한 규율 아래 범행을 벌여 온 범죄단체로 드러났다. 조직의 총책은 파타야 소재 한 리조트의 3개층에 콜센터 사무실과 조직원 숙소 등을 차려 범행을 준비했다. 범행 공간을 마련한 뒤에는 알바 사이트, 지인 소개 등을 통해 관리팀장과 콜센터 조직원을 영입해 총 11명의 범죄단체를 결성했다.

조직원들에게는 계좌 모집 및 노쇼 사기 역할을 부여했다. 조직원들은 범행 시나리오를 학습하고 범행에 투입됐다. 또 계좌 모집 1건당 300만원, 노쇼 사기 성공액의 10% 등 성과급도 내걸어 범행을 부추겼다.

또 조직 관리를 위해 조직원들의 여권과 범행에 이용한 휴대전화는 별도로 보관했다. 사생활과 실적을 수시로 보고해야 하는 수칙도 철저하게 지키도록 정했다. 3인 1조로 구성해 각 조가 다른 층에 근무하게끔 하고, 서로 연락을 금지하며 경찰 단속에 대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지난 3월 말께 태국 현지 노쇼 조직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태국 경찰과 공조로 조직원을 일망타진했다. 첩보 입수 1개월 후인 지난 4월 27일 조직원을 검거한 후 국내로 송환했다. 또 이들의 범죄 수익 중 5700만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경찰은 향후 단속 현장에서 도주한 조직 총책을 비롯해 남은 조직원들을 끝까지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도박·투자 사이트의 손실 보상을 사칭해 계좌를 요구하거나 공공기관·대학교 등을 사칭해 대리 구매를 가장한 ‘노쇼 사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국민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0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