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가상화폐 시장에 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려는 ‘클래리티법’ 입법이 무산됐다. [게티이미지]
미국 상원에서 가상화폐 시장에 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려는 ‘클래리티법’ 입법이 무산됐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포괄적 규제 체계를 마련하려는 취지의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 법’, 일명 ‘클래리티법’(Clarity Act) 입법이 상원에서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가가 가상화폐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이해충돌 소지로 지목되면서 입법에 실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이 이날 클래리티법을 토의에 부치기 위한 절차 표결을 진행했으나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법안 진행에 필요한 찬성표를 얻지 못해 입법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53석을 보유한 다수당이지만 법안 진행을 위해서는 60표 이상이 필요하다. 이에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었으나,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 내에서도 수전 콜린스(메인)·조시 홀리(미주리) 의원 등 이탈표가 나왔다.

입법이 무산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가의 가상화폐 사업이었다. 대통령 일가의 사익을 위해 법체계를 마련하는 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앨리자베스 워런 의원(매사추세츠)은 표결 전 연설에서 “전국의 노동자 가구들이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수십억 달러의 가상화폐 이익을 챙기게 하는 가상화폐 법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고 말했다. 마크 워너 의원(민주·버지니아)도 “미국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법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가상화폐 발행을 제한하고 각 주 법무장관에게 관련 집행권을 부여하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통령의 가상화폐 보유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처분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더 엄격한 이행 장치를 요구해 양당의 협상이 결렬됐다.

클래리티법 입법이 무산되자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과 관련 주식은 급락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상원 표결 소식이 전해진 미 동부시간 오후 3시 이후 5% 이상 하락해 7만4911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약 7% 떨어져 2357달러까지 내려갔다.

코인베이스 주식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전일 종가 대비 10% 이상 하락한 172.1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비트코인 84만5000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 스트래티지의 주가도 5% 이상 떨어져 129.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클래리티법은 가상화폐 규제법이지만 법적 지위가 모호했던 가상화폐의 관할권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가상화폐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됐다. 미 의회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곧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날 표결이 부결된 이후 클래리티법은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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