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논란’ 딛고 ‘유부녀 킬러’로 존재감 입증

쏟아진 논란에도 “연기로 설득하려 최선 다해”

“연기자로서 헤쳐나가야할 숙제를 받은 느낌”

[컴퍼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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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데뷔 12년 차 배우 정준원은 긴 무명의 시간을 지나, 이제 막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하려던 참이었다.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로 첫 지상파 주연 신고식을 치르려던 순간, 뜻하지 않은 논란이 터졌다. 작품 홍보를 위해 출연한 예능에서 그가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익명 뒤에 숨은 날카로운 화살들은 태도를 빌미 삼아 인성과 외모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드라마 방영이 막 시작된 직후였고, 정준원은 이렇다 할 해명 대신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감내하는 쪽을 택했다.

여론의 흐름을 바꾼 건 결국 연기력이었다.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아내를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꾸린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랑꾼 남편. 예측 불가한 위기와 일상의 균열이 거듭되는 극 중에서도 중심을 단단히 잡은 그의 연기는, 폭풍처럼 몰아쳤던 비난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요. 작품에서 연기로 설득시키는 게 제 일이니까, 그것부터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변명의 여지 없는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후회와 반성, 그리고 그로 인해 느꼈을 책임감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MBC ‘유부녀 킬러’에서 주인공 보나(공효진 분)의 남편이자 사회부 기자 태성 역을 맡은 정준원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기로 설득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해”

MBC ‘유부녀 킬러’ [MBC]
MBC ‘유부녀 킬러’ [MBC]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유부녀 킬러’는 지난 12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7%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부터 연출, 주연배우의 태도 논란까지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제 자리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끝까지 해낸 배우와 제작진이 만들어낸 결과다.

무엇보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당사자로서, 이 성적표는 정준원에게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였다.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되어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뿐이에요.” 인터뷰는 자연스레 논란이 된 그 예능 촬영 당시의 심경으로 문을 열었다.

“예능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어요. 너무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오히려 고장이 나버려서, 아무것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시청자분들께도 불편하게 느껴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기회가 생긴다면 꼭 만회하고 싶어요.”

그의 태도가 불붙인 논란은 인성 논란을 넘어, 원작 캐릭터와 비교한 외모 지적으로까지 번졌다.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기분이 좋았냐면 그 또한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는 “제가 감내해야 하고,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확성기를 들어 악플과 비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준원은 “저도 외모를 가꾸려 노력은 하지만, 그런 류(외형이 수려한)의 연기자는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컴퍼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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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어요. 속상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작품에서 연기로 설득시키는 수밖에 없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해야죠.

지난한 무명의 길 위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다시 고민하던 찰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만나 배우 정준원의 이름과 존재를 대중에게 알렸다. 그리고 곧장 지상파 주말드라마 주연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고 촬영하며 그가 짊어진 부담감은 이전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전공의생활’ 때는 극 중 로맨스를 담당하며 환기시켜 주는 장치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효진 선배와 극 전체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주연배우로서 시청자분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제일 컸죠. 대중들이 제가 낯설다보니 신뢰가 안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 때문에 작품에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 정말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원작 웹툰의 설정을 상당 부분 덜어낸 드라마 속 권태성은,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정준원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드라마 대본 속 태성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이 강해요. 그걸 어떻게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갈지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원작을 기대하셨던 팬분들껜 다소 아쉬우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짧은 시간 많은 것 배워…확신 위해 노력할 것”

[컴퍼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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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려낸 태성은 결국 ‘가족을 향한 비현실적일 만큼 큰 사랑’으로 요약된다. 정준원은 원작 캐릭터의 외형적 매력보다, 다정함 그 자체에 집중하며 캐릭터에 다가갔다.

“멋있다는 단어의 종류는 굉장히 많잖아요. 저는 그중에서도 ‘멋있는 남편, 멋있는 아빠’로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조금은 판타지처럼 보일 수도 있는 큰 사랑과 다정함. 거기에 최대한 힘을 실으려고 했죠.”

긴 호흡의 드라마를 처음 이끌어간다는 부담 속에서, 그에게 가장 큰 의지가 되어준 건 상대역 공효진이었다. 정준원은 “선배님과의 연기는 그 순간을 진짜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촬영을 하면서 효진 선배가 저를 후배가 아닌 동료로, 같은 눈높이에서 봐주시는 게 정말 감사했어요. 후반부엔 먼저 조언을 건네주시기도 했고요. 함께 촬영하며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걸 느꼈고, 그만큼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뒤늦은 전성기’라 부르는 순간에 겪은 일련의 우여곡절은 정준원에게 연기자로서, 그리고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배우게 한 계기였다. 이제 남은 건 이번 작품이 남긴 숙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일이다.

MBC ‘유부녀 킬러’ [MBC]
MBC ‘유부녀 킬러’ [MBC]

상대적으로 늦게 주목을 받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최근의 일들에 다 밀집돼 있었던 게 아닐까 해요. 이 작품을 하며 연기자 정준원으로서 헤쳐나가야 할 숙제들을 받은 느낌이었고, 결과적으로는 많은 걸 배우게 된 계기가 됐어요.”

진심과 최선. 지금의 정준원이 말하는, “이 바닥에서 통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앞으로도 꾸준히 온힘을 다해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생각이다. 배우로서 걸어가는 길에 대한 확신 역시, 그 진심과 최선 안에 있다고 그는 믿는다.

“제가 대단한 경쟁력을 가진 것 같지도 않고, 이 바닥에서 계속 통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때도 많아요. 그래도 작품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나름의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해야겠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 보여드릴 수 있는 정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