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하는 단계였다면 현지 무관부로도 가능”
“조사결과 다른 형태의 기여 선택 가능성”
[헤럴드경제=윤호·전현건 기자] 호르무즈 여건 파악 등을 위해 중동에 파견됐던 국방부 현지조사단이 귀국한 가운데, 향후 정부의 파병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는 파병을 결심한 단계”라는 분석과 “아직 파병 적절성을 검증하는 절차로 봐야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2일 “지금 정부는 파병을 결심한 것이고, 부대 규모와 부대 성격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사단을 보냈다는 것은 주둔 장소와 그에 따른 보급·정비·안전 확보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보러 간 것”이라며 “단순히 파병 여부만 검토하는 단계였다면 현지 무관부를 통해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실사는 파병을 전제로 한 준비라기보다 정책 결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 현지 방호 여건이나 미사일·드론 위협, 장기간 해외 전개에 따른 국내 대비태세 부담, 외교적 비용 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파병 규모 축소나 임무 조정은 물론 다른 형태의 기여가 선택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조사 대상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우방국의 군사·군수지원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국이 직접 호르무즈 최전선에서 전투임무를 수행하기보다는 UAE를 후방 거점으로 활용해 해상감시, 항행안전, 폭발물 처리, 군수지원 등 비전투·방어적 성격의 기여방안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기에 적절한 지역이라는 취지다.
그는 “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이를 고려하면서 한국의 국익과 군사적 부담, 대이란 관계, 한반도 대비태세를 기준으로 독자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를 판단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UAE로 출국한 현지조사단은 조사 활동을 마치고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현지조사단은 공항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을 피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귀국했다.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그만큼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사단에는 국방부 관계자뿐 아니라 외교부 실무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 따르면 파병 후보지에 파견되는 현지 조사단은 복귀 후 조사활동 보고서를 작성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조사단 활동이 현지 상황 파악 등 일종의 단순 검토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파병 여부에 대한 정책적 결정 절차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지조사단 방문은 파병을 전제로 한다거나 파병을 준비한다기보다, 전반적 상황을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한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호르무즈 관련 기여 수준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등 지속적으로 압박수위를 높일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외교적 부담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정부의 결심이 늦어질 경우 안보나 통상 분야에서 어떤 불이익이 올지 모른다”며 “대표적으로 핵추진 잠수함 관련 원자력협정 개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youknow@heraldcorp.com
rimsclub@heraldcorp.com

